운을 부르는 외교관 - 30년 경험을 담은 리얼 외교 현장 교섭의 기술
이원우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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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오래전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던 그 때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서점 건물에

있던 외국계 회사에 다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저 외교관의 경험담쯤이려거니 했던 책에서 오래전 어쩌면 같은 공간에서 근무를 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되었다. 책의 말미에 2018년 성가곡을 발매했다는 글을 보고 검색을 해보니

본적도 있는 것 같은 얼굴이 있었다. 아마 저자는 기억을 못하겠지만.

 

 

한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고 고시를 여러번 패스할 만큼 뛰어난 두뇌를 지녔기에 아주 훌륭한

외교관 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IBM에 근무

했을 때의 경험담이 그 후 오랫동안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처럼 나 역시 내 첫직장인 IBM이

그 후 이어진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당시의 사회생활은 여전히 여성이 불리하게 적용되어 있었고 심지어 결혼을 하면 퇴직을 하겠다는 각서를 받는 회사도 있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다.

인터사원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나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었다. 그리고 합리적인 상하관계나 저자가 말한 상대방을 설득하는 교섭기술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토요일에 근무하지 않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1년 단위로 연봉협상을 하는 방식도 생소했었다. 하지만 능력대로 월급을 받는 방식이 퍽 마음에

들었다. 후에 국내회사로 이직을 하고나서 오랫동안 IBM의 방식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마흔 무렵 퇴직을 할 때까지도 그런 체계를 가진 회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어려운 경제사정과 함께 한국의 외교능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었다.

어느 정부에 비해 월등하게 뒤처지는듯한 외교정책들. 그리고 이어지는 실수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저자가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건물은 바로 자신이 근무하던 IBM과 마주했던

곳이었을 것이다. 겨우 길 하나의 차이일 뿐인데 당신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와 IBM의 방식은

하늘과 땅의 차이였을 것이다. 복지부동의 경직된 공무원사회에서 눈치를 받을만큼 혁신을

일으켰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나마 당시에는 어렵다는 외국물을 먹었다는 공무원 사이에서도 혁신적인 발상은 모난돌이

정맞는다는 말처럼 이리저리 부딪혔을 것임에도 소신대로 밀어부치는 경험담을 보니 어려운

환경에서도 판사까지 올라가셨던 부친의 피가 이어졌음이 분명하다.

비자받기가 까다롭다는 영국의 에피소드와 건물을 매입하여 러시아한국학교를 지켜낸 일화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영화를 보는 듯한 스릴마저 느껴진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냥 지나쳐도 되었을 북한출신 벌목공들을 구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따뜻한 지성과 마음씀이 느껴졌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올해 퇴직을 한 저자의 지나간 시간들에는 분명 운도 작용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했던 라뽀(관계형성)은 그의 사람됨과 지성이 이룬 업적이라고 단언한다.

그저 외교관이라면 보통 공무원보다는 편할 것이라는 편견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그가 겪은 일화들이 너무 생생하고 마치 전쟁터를 보는 것처럼 긴박해서 내내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을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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