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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속고 있었다
김규덕 지음 / 휴먼컬처아리랑 / 2019년 9월
평점 :
공자는 나이 일흔을 가리켜 '마음이 하고자 하는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 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다. 나이가 그즈음에 이르면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가장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자립으로 부를 일구는 현장을
지켜본 산 증인이며 이제 득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난 서책을 끼고 앉아 밤낮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본성을 연구한 학자들보다 현장에서
삶 그 자체를 연마한 사람들의 경지를 더 존경한다.
동양의 아주 조그만 반도국가, 그것도 지금은 반토막이 나서 서양의 많은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 지독한 가난을 딛고 이제는 제법 살만한 나라를 만든 사람들.
그들이 있어 지금의 풍요를 누리게 되었으니 베이비붐세대에게 분명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후면 다다음 세대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든 평생 죽을 때가지 배워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렇게 쓴소리
제대로 하는 노장의 글에서 사이다 같은 쿨함이 탄산수처럼 퍼진다.
분명 인문학이 인간 본연의 인성을 얘기하고 삶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를 논하는 학문이기는
하지만 그저 학문이 아닌 인성을 완성시키는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지식이 바로 지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인사중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를 나와 교수까지 했지만 역시 청빈과는 거리가 있었고 지식이 인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고 보여주고 있다. 그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도 방만하다 싶을만큼 지식이 넘쳤지만 지혜는 어디 보내버렸는지 한심한 작태가 줄을 이었다. 그러니 학문 합네 하는 것이 우스을 밖에.
적폐청산한다고 세상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정권에서 지금 이 정권은 완벽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물론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면 적폐청산이란 단어는 계속 유효할지도 모르겠다.
왕이 죽어야 권력이 넘어가던 시대가 아니다. 불과 5년 이란 시간동안 유효한 권력은 일단 겸손부터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그만두자!'라는 말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온다. 멀쩡했던 사람도 그 곳에만 들어가면
멍청이가 되는 희한한 장소가 아닌가. 지금은 타계한 코미디언 이주일은 제 몸에 맞지 않았던
국회의원이란 옷을 벗어던지고 자기보다 더 코미디를 잘하더라고 일갈했다.
누가 정권을 잡고 국회의원이 되더라고 모습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바보상자가 아니겠는가.
저자는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에게도 일단 국민이 먼저임을 깨달으라고 소리친다.
법을 공부한 법조인이 더 법을 지키지 않고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이 가장 비정치적인 행동을
한다. 이런 세상에 어른의 쓴소리가 들릴지 모르겠지만 국회의사당 입국에 이 책을 죽 늘어놓고
싶다. 자원부족 국가에서 원자력을 없애겠다고 설치는 꼴도 우습다.
더 많이 공부해서 더 안전한 원자력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아이를 가르치는 교수부터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가들 모두 인성공부부터 다시 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일갈이 그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