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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풀어보는 문화 이야기
박상언 지음 / 이음스토리 / 2019년 10월
평점 :
우선 반갑다는 얘기부터 해야겠다. 이 책에서도 언급된 386이란 숫자에 나도 포함되는 사람이라
비슷한 시간을 함께 해왔다는 것부터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그리고 책 뒤의 발문을 쓴 이승하교수의 말처럼 이토록 박학다식하고 맞깔나는 글을 쓴 저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세대의 간격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으니 어찌 감사의 마음이
없을까.
저자의 말처럼 세상은 숫자로 가득하다. 무심히 무엇인가를 세는 단위정도로 알고 있다가 문득
이토록 많은 메시지들이 숨어있었구나 싶어 저자의 특별한 능력이 다시 돋보인다.
표준 체격이었던 나로서는 요즘 미인의 기준으로 보면 6등신쯤 되지 않을까 싶게 요즘 젊은이들의 체격에 주눅이 들게 된다. 아마 같은 세대였다면 열등감 덩어리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에 일갈하는 저자의 한 마디에 무릎을 치면서 파안대소하고 말았다.
'팔등신 미인이 몸뚱아리 하나 빼고는 여러 방면에 두루 등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신가.'
푸하하 이렇게 통쾌할수가. 물론 팔등신의 몸에 그게 걸맞는 두뇌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OECD국가중 자살률 1위국이라는 것에 경악하게 된다. 분명 과거보다 풍요로운 시대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풍요와 반비례하게 정신의 빈곤이 더해지는 세상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생명들이 덧없이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과거에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잠시 과거의 사건들이 겹쳐지기도 하는데 몇 몇 글들은 나이를 먹지 않아 가슴이 쓰리다. 귀머거리 국회, 장님 국회를 보고 부아가 치미는 장면은 엊그제 막말로 국회의 국정감사가 엉망이 되어버린 현장을 보면 어찌 달라진 것이 없는지 한숨만 나온다.
이 글이 쓰여진 지 10년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아마 다시 10년이 지나도 국회의원들의 이런
한심한 작태는 변함이 없을 것 같아 앞으로 다가올 총선이 두려워진다.
도대체 누굴 뽑아놓으면 제대로 일좀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웃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게 아니고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기니까. 그래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매미처럼 매일 울지말고 어린아이처럼 많이 웃고 싶다. 웃을 일들이 많아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포켓북처럼 가벼운 책이 왜 이리 묵직하게 다가올까.
책을 제법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저자처럼 이렇게 책을 쓸 수는 없다.
저자가 걸어온 그 길에서 건져낸 수많은 지식과 지혜들이 너무도 부럽기만 하다.
숫자에 얽힌 스토리도 재미있고 세상에 일갈하는 풍자도 재미있고 지식창고가 두둑해진 것 같아
행복해진 책이다. 다음 책에는 어떤 숫자가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