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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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답지 않았다. 그동안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런 식의 글을 쓰지 않았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늘 가족들이 등장했었고 사랑이 있었고 해피엔딩이 있었다.

그래도 이 작품은 너무 달라서 어느 순간 빨리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냥 가슴이 먹먹해 오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남자가 프레드릭 자신이 아니길 간절히

빌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 소설의 무대는 그의 고향인 헬싱보리고 2016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쓰였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혹시 주변에 소설의 주인공처럼 이 세상을 떠날 남자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성스러운 날을 앞두고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다 문득 회한같은게 밀려왔을까.

암튼 이 소설속 남자는 프레드릭을 닮지 않았다. 다행이다.

 

 

남자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상당히 능력있는 자산가임은 분명해보인다. 다만 가족들보다

일이 우선이고 돈이 목표이고 거기다 이기적이기까지 해서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남자의 곁을 떠났다.

당연하다. 돈과 명예가 가족보다 우선인 사람은 당연히 이런 꼴을 당해도 싸다.

그냥 이런 꼴만 당하기도 아쉬웠던지 사신처럼 보이는 여자가 자꾸 남자곁을 맨돈다.

물론 언젠가 이 남자도 세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쓰지도 못할 돈을 잔뜩 쌓아두고 갑작스럽게

암으로 죽기엔 남자는 너무 억울했다.

 

 

더구나 하필이면 같은 병원에 있는 여자아이를 만나다니...그 애가 남자보다 먼저 죽을 걸 알아버리다니.

어차피 자신은 암으로 죽을테고 아직 세상을 반의 반의 반도 살아보지 못한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남은 시간을 떼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남자는 다정하게 안아주지 못했던 아들을 떠올린다.

 

 

마지막 여행같은 것이라고 할까. 죽음에 잠시 이르렀던 사람들 얘기론 숨이 끊어지는 순간

마치 파노라마처럼 자신의 지나온 시간들이 휘리릭 떠오른다고 하더니 남자는 죽음을 예감하고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 보고 싶어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들에게 다가가 뭘하고 싶었을까. 회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 사신-물론 그녀는 자신을

사신이라 부르는 것을 싫어했다-은 그에게 이런 시간은 할애했다.

하지만 과연 일생 일대의 거래에 동의해줄까. 여자는 자신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분명 말하긴 했지만 말이다.

겨울이 깊어지는 어느 날 물이 끓고 있는 난롯가에 앉아 읽고 싶은 소설이었다.

남자도 어린 여자아이도 죽음의 세계가 몹시 추울 것을 걱정했다. 그러니 우선 따뜻한 난롯가가

좋을 것 같다. 이런 슬픈 얘기를 들을 곳으로는.

인간은 어찌나 우매한지 자신이 죽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믿고 있다.

그래서 하지 못한 일들, 나누지 못한 사랑에 관해 후회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멀리 스웨덴에 사는 어느 글 잘쓰는 남자가 이 책을 건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발 늦지 않게 시작하라고.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때 말이다.

잠시 그가 그동안 썼던 수많은 책들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이제 그들 옆에 이 소설의 주인공도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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