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 선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엊그제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CCTV에 찍히는 줄 모르고 귀여운 댕댕이를 버리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남겨진 댕댕이는 당황한 듯 한동안 주인이 머물렀던 곳을 헤매다가 결국 한참이나 그곳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맘좋은 분이 그 댕댕이를 데려가 잘 보호해줘서 마음이 놓였다.
애초에 동물을 싫어해서 기르지 않는 사람들이 더 낫다. 기르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유기해 버리는 비겁한 인간들에 비해서 말이다. '카모메 식당'의 저자로 유명한 무레 요코는 일반인과는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이지 싶다. 제목으로 보면 고양이에대한 에세이가 분명하지만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고양이뿐만이 아니다.
새끼 고양이를 앞세워 동냥을 하는 뻔뻔한 어미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래전 홀로 남겨진
사무실로 날아든 벌이나 심지어 파리까지 그녀가 만난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득하다.
우리는 그저 스치고 지나갈 동물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그녀의 특별한 눈길이 느껴진다.
원숭이의 재롱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게 재주를 배웠을까 하는 장면에서 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그녀의 말처럼 동물들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잘 알아볼 것이다.
동물들의 이름짓기에서도 해학이 느껴진다. 처음에 암컷인줄 알았던 고양이가 사실은 수컷이었고 거기다가 사타구니 사이에 있던 수컷의 상징이 작아서 이름을 '단'이라고 지었다니 얼마나 웃기던지.
아마 자신의 이름의 유래를 알았다면 그 고양이 아마 자존심이 몹시 상했을 것 같다.
저자의 동물 사랑은 부모님으로부터 유전된게 아닌가 싶다.
아주 어려운 신혼생활중에도 버려진 개를 데려다 키울만큼 인정스러운 분들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고양이 뿐만이 아니라 개를 기르는 사람들 중에도 과거에는 동물을 몹시 싫어했던 사람들이 많다.
바로 내가 그랬다. 지금은 우리집의 귀염둥이가 된 유기견 토리도 처음에 다른 집으로 입양될 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집 서열 1위가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개보다 고양이가 더 훌륭하다는 의견에 공감할 수 없다.
고양이는 깔끔하지만 의리가 없다. 이 책에서도 수없이 가출한 고양이 얘기가 등장한다.
녀석들은 자주 가출하고 다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개보다 더 훌륭하다니. 아니다.
점잖고 애교도 없고 의리도 없고 음산하지만..그럼에도 고양이가 더 좋다는 저자의 고양이 사랑을 존중한다. 자기 취향이니까. 그래도 개가 얼마나 더 훌륭한지 만나서 담판을 지어볼까나.
그래도 생쥐를 키웠다는 얘기에서는 '헉'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동물을 좋아해도 쥐는 좀 그렇지.
고양이, 강아지, 벌, 원숭이...그녀를 스쳐간 수많은 동물 이야기에 새삼 그녀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이 그렇데 다정하고 감성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