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 반사
키크니 지음 / 샘터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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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딸아이가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심장이 쿵 내려앉는 줄 알았다.

왜 그랬을까. 그래도 꿈이라는데 혹시나 싶어 어느 사진작가와의 만남에서 비전을 물었었다.

"말리세요.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 천 명이 있다면 한 명이 겨우 밥먹고 살아요"

그 얘기를 전해들은 딸아이가 충격을 받아서 그랬는지 자신의 능력이 별거 아니라고 판단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소리는 그 후에 다시 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던 나는 다행스럽게도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어서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은 꾸지 않았다. 후에 이 만화작가 역시 인기직종이 되었지만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만화작가, 혹은 웹툰작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초등학교 무렵 자신의 능력을 발견했다는 키크니씨는 이제

자신의 꿈을 이뤄 남해의 먼 섬까지 자신의 책을 배달하는 기적을 일구어냈다.

그것도 키크니씨의 아버지의 고향이 빤히 바라다보이는 섬까지 말이다.-참고로 지금 남편은

초도에 새로 짓고 있는 여객선터미널 공사를 하기 위해 초도에 머물고 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그 섬 내가 섬을 오가는 배를 타면 늘 들리는 곳이긴 했지만 올해

처음 가봤다. 내가 사는 섬보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기운을 잘 받아 키크니씨가 성공했겠지.

 

 

섬에서 고기잡는 일 아니면 책 읽는 일이나 하는 나로서는 서평 쓰는 일이 많은데 언젠가 내 책이

나오는 꿈을 꾼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쓴 이 서평을 읽을 키크니씨를 떠올린다.

키크니씨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작가들이 자신의 서평을 찾아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반응이 궁금하겠지. 키크니씨 처럼 반응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바로 웃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다그치는 장면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참고로 난 많이 웃었다. ㅎㅎ

 

 

인생의 후배에게 자신을 길을 따라오라고 대놓고 얘기해줄 수 없는 현실이 짠하다.

기울어진 가정 형편에 가장의 역할도 해야하는데 그림을 그려서 밥이 되고 집이 되는 현실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가는 과정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래도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은 그런 고단한 삶을 술로 푸는데..그랬다가는 가뜩이나 살 잘찌는 체질에

키도 크고 한 덩치 하는 사람이니 어마어마한 돈족이 되지 않았을까.

 

 

키크니씨의 바람처럼 언젠가 2층엔 마라탕집이 있고 낮엔 커피를 팔고 밤엔 맥주를 파는

옆집이 있는 그런 1층의 작업실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여장부같던 엄마가 회복되어 다시 떡볶이도 만들어주시고 택시를 모는 아버지는

-참고로 내 아버지도 택시드라이버셨다-더 이상 택시를 몰지 않아도 키크니씨가 주는

넉넉한 용돈으로 고향에 낚시나 다니시면 좋겠다.

-아 지금쯤 우리 남편은 엊그제 따님 결혼식 소식을 알린 초도 이장님과 함께 소주 한잔하고

있을텐데...조사하면 다 나온다. 키크니씨 집 내력....그러니 잘해라...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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