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인류의 시간이 시작된 이래 인간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문명의 절정에 이른 현대에도 세상 어디선가는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기자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전쟁은 결코 아름다운 현장이 아니다. 아니 비참하고 두렵고 비극적인 현장이다.

그런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종군기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숭고한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 그런 현장을 누볐던 여기자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 '여자'가 '남자'의 영역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흔히 아일랜드인들은 우리나라사람들과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유쾌하고 솔직하며 약간은 다혈질적인 기질들이 상당히 닮은 것도 같다.

그런 아일랜드인 아버지와 실용주의를 쫒는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거리트 히긴스가 바로 그 어려운 시절에 그 어려운 현장을 누볐던 종군여기자였다.

 

 

 

누군가가 인류에 족적을 남기고 전기를 남긴다는 것 자체는 그 인물이 어떤면에서든 출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마거리트는 1920년에 태어났으니 여자들의 권리가 아주 미미했던 시절에 태어난 셈이다.

일단 마거리트는 외모로는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될만큼 출중했던 것 같다. 표지의 사진에서 보면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취재한 여자라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여리고 아름다워 보인다.

실제 마거리트는 학창시절 숱한 남자들의 열렬한 구애를 받았었고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저널리스트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외모와 매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보면 바로 그런 점이 그녀의 저널리스트로서의 능력을 왜곡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여자가 언론의 선두에 서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전쟁의 현장을 취재하다니.

많은 동료기자들이나 그녀가 취재했던 인물들은 일단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누군가는 찬탄을 보냈고 누군가는 질시를 보냈다. 그럼에도 마거리트는 스물 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트리뷴'의 베를린 지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분명 능력이 있었다는 증거고 많은 편견을 이겨냈다는 얘기다.

 

그녀가 누볐던 2차대전의 유럽과 베트남 전쟁의 현장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은 아프게 다가왔다. 정말 총알과 폭탄이 난무하는 그 현장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럼에도 그녀의 발길을 돌리지 못했던 이유는 저널리스트의 의무감이 아니었을까.  결국 마거리트는 최초의 여성 퓰리처 수상자가 된다.

 

이 전기를 읽다보면 한 시대의 편견을 부수면서 전진하는 용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장면들이 마치 세상 모든 편견과 싸우는 용사의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는 남자에 대해 성에 대해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그녀의 그런점마저 아주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녀의 이런 점들이 다소 그녀의 능력을 퇴색시키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세상의 어떤 불합리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도 어쩔 수 없었던 병마가 마흔 여섯이라는 짧은 삶을 살게 했을 뿐이다. 하늘나라에도 전쟁이 있다면 그 현장을 누비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인류는 종군기자라는 직업이 없어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아름답고 당당했던 한 여자의 삶에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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