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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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살아오다 인생후반기에 그야말로 깡시골도

모자라 섬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386세대의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가장 가난한 시절일 때 태어나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자라다가 이제는 늙어가는 세대가 되었다.

어린시절의 '도시'는 시골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물론 우물안 개구리처럼 멀리 나가보지 못해 그저 '우리동네'만을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낮은 집들 사이로 가느다랗게 뻗어있던 골목길들과 그저 고만고만 살아가던 모습은 지금의

도시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요즘의 젊은세대가 본다면 촌동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라는 정의가 국가마다 다르고 어떤 시간을 살다갔느냐에 따라 다른 기억또한 달라질 것이다.

저자가 살던 서울 강북의 모습은 내가 자라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같다.

골목길은 놀이터가 되고 두부장수가 오갔고 정말 조그만 구멍가게와 만화방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짧은 시간 내 기억속 동네의 모습은 일취월장 성장하여 지금은 반듯한 위상을 자랑하지만 어째 '동네'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고보니 도시의 모습은 국가마다 다르고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던 것 같다.

파리에 에펠탑위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정방형의 가지런한 모습들과 도시가 들어서기 전 누군가가 이런 모습으로 기획했겠구나 하는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아스파트보다는 돌로 깔린 거리들.

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과....그리고 개똥들. 조그만 창틀 사이로 연약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던 꽃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지금 저자가 살고 있는 집도 바로 그런 건물이라는데 멀리서 보는 것과 살아보는 것은 역시 다른 모양이다.

우리나라 가회동의 북촌마을처럼 파리 역시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치는 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옛것을 지키면서 편리한 새로운 것들을 집어 넣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같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보광동이라는 동네는 아직 개발이 안된 서울의 가장 마지막 동네라서 그런지

그럭저럭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물론 커다란 골목길이 지금보니 그렇게 작았나 싶지만.

언젠가 그 길도 차가 넉넉히 지나다닐 도로가 될 것이고 낮은 집들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갈 것이다.

도시의 모습은 계속 진화한다. 그저 추억속에만 존재하는 모습이 아니라 추억과 진화가 같이 존재하는 도시의 모습은 어려운 일일까.

 

 

흔히 달동네라 불리는 마을들은 산이나 가파른 언덕이 많았던 우리나라 특성상 여러곳에 자리잡고 있다.

산자락 중턱부터 아래까지 빼곡하게 자리잡았던 달동네들은 이제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섰고 부산의 몇몇 달동네들은 재개발 대신 보존을 택하고 나름의 노력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동네로 거듭났다고 한다.

섬에서 여수여객선터미널로 들어서는 길목에 자리한 저 마을이 경사지 마을이었구나.

멀리서 벽화가 보였던가. 벽화마을을 조금 더 돌아서 자리잡고 있는데...

최근 이 길목의 집들이 아름다운 주황빚깔의 페인트들로 하나 둘 옷을 갈아입고 있다.

시에서 그리스의 백색섬의 모습처럼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색 하나만으로도 도시는 변화한다.

오랜만에 덕수궁돌담길을, 정독도서관을 그리고 내가 살던 동네를 거닐어 보았다. 책을 통해.

그리고 도시의 가장 중요한 그림인 건축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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