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의 철학 -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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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들이 일단 내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어떤 책은 기대보다 읽히지 않아서 오랫동안 손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읽긴 해야 하는데 눈에만 들어오고 마음에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떤 책은 너무 마음에 깊숙히 파고 들어와서 일찍 손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 책이 후자에 속한다. 그깟 휴대전화 컬렉터에 대한 얘기가 뭐 그렇겠지 했다가 인문학의

중심에 온듯한 착각?을 느끼거나 역사책 한 권 제대로 읽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행복해졌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S그룹 창업자와 이름이 같아서 그랬을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처럼 친근하기도 하고 책의 깊이를 보면 분명 세상 좀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의 노련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휴대폰이란게 어차피 최신을 트렌드를 따라가는 기계여서 그럴까 그 얘기를 풀어낸 사람도 새 핸드폰처럼 반짝 거린다. 전혀 늙다리의 얘기라고 느껴지지 않는데다 박물관까지 만들정도의 열정이 그대로 전해져 섬구석에서 나른하게 늙어가는 나에게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참 대단한 양반이구나.

 

 

 

 

2010년 칠레 산호세 금광사고는 참 여러방면에서 불려나오곤 한다.

그 긴 시간동안 서로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마치 개미가 개미집에서 일사불란하게 살아가듯 견뎠다는 얘기에  어떤 광부는 세상밖으로 나오고 보니 마누라는 물론 내연녀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발각이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었다. 그런데 그 드라마틱한 현장에서도 GT-i7410 프로젝터 폰이 큰 힘이 되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듣기로 영화화 되었다고 하는데 언젠가 꼭 챙겨봐야 할 것 같다.

 

 

 

 

오래전 내가 기억하는 공중전화는 주홍색과 초록색의 몸통이었던 것 같다. 줄을 서서 있다가 동전을 넣고 걸었던 공중전화의 시대를 지나 우리집에도 청색전화가 놓였었다. 70년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편리했던 전화가 가끔 잘못 걸려오는 전화때문에 번거로웠던 기억도 떠올랐다.

저자 역시 칼(KAL)과 비슷했던 집 전화번호때문에 생겼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칼 입니까?""도낍니다."라니, 더구나 걸려오는 사람의 말투까지 흉내내서 쏘아붙였다는 말에 나는 배를 잡고 웃고 말았다. 칼이 KAL(대한항공)이 아닌 칼(刀)로 알아듣고 생긴 재미있는 일화인데 매일 당해야하는 당사자들은 퍽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전화기 없던 시절보다는 좋았을텐데.

 

 

 

 

정말 전화가 없던 시절에 누군가를 만나려고 부재중일지도 모르면서도 몇 시간씩 가서 확인했던 시절에 비하면 장난전화든 잘못걸린 전화라도 있던 시절이 분명 호시절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금 우리는 그 편리함을 넘어 중독에 시절에 이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처음 벨에 의해 전화기가 발명되고 진화해오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는데다 박물관을 열기까지의 고충도 실감나게 다가온다. 국내를 넘어서 전 세계로 넘나들며 수집하고 행복해하는 장면이 생생하다.

그리고 또 그 비용을 다 어찌 해결했을까. 그럼에도 과감하게 박물관 자체를 시에 기증하다니 정말 대범하다고 해야할까 무욕하다고 해야할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진수에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여주 어디엔가 있다는 이 폰박물관을 기어이 찾아가볼 예정이다.

그리고 그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들어야겠다.

물론 뭔가를 이루기 위해 열정을 쏟아온 여정도 멋있었지만 박학다식의 정보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미래의 폰은 어떻게 진화할지 나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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