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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ㅣ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인터넷에 들어오기까지는 여러방식의 통로를 경유해야 한다.
단순히 검색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를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로 가입을
해야하고 들어올 때마다 비밀번호로 담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지능적인 해커들은 이런 여러가지의
담을 너무 쉽게 허물고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훔쳐간다.
웨슬리 커버는 MIT를 졸업한 수재였고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쓸 수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많은 회사들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그들의 정보를 관리해주는 '웨스턴 데이터 컨설턴트'에 근무하는 전문가였다. 데이터속에 흘러다니는 수많은 정보를 관리해주고 혹시라도 정보를 채가는 도둑들을 막는 역할이었다. 물론 커버는 전문가답게 그 일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고 불행하게도 자신의 악을 위해 서슴없이 이용하는 악마이기도 했다.
10여 년 전 '시인'이란 사건을 소설로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큰 각광을 받기도 했던 LA 타임스 기자 잭 매커보이는 해고통지를 받는다. 이제 겨우 2주후면 자신의 짐을 싸서 소설 인세로 마련한 집에서 소설이나 써야하는 한심한 처지가 된 것이다. 특별히 못한 일도 없었지만 퇴색해가는 신문사들은 마지막 몸부림으로 해고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잭은 자신의 후임으로 선정된 앳된 여기자 안젤라 쿡에게 자신이 맡았던 일들을 넘기는 마지막 미션만 수행하면 된다.
그 순간 걸려온 어느 여인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잭의 기자생활을 그렇게 막을 내릴터였다.
여인은 자신의 아들이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여자시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잭이 확인도 없이 기사를 내보냈다고 분개하고 있었다. 늘 이런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 트렁크사건이 연쇄살인의 시작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잭은 FBI요원이면서 한 때 사랑을 나누었던 레이첼과 함께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트렁크사건을 쫓던 애송이 후임기자 안젤라가 잭에게 검색에서 찾아낸 정보를 넘겨주고 잭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잭 역시 트렁크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갔다가 죽음의 고비를 맞는다. 다행히 레이첼의 등장으로 죽음을 면한 잭은 안젤라의 시체가 발견되자 충격에 빠진다.
트렁크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찾아낸 안젤라를 죽이고 잭과 레이첼까지 죽이려고 하는 범인은 누구일까.
잭은 그 연쇄살인의 뒤에 모든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조작하는 해커가 있음을 직감한다.
그의 이름이 바로 허수아비!
잭이 쫓는 범인은 이미 책의 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잭과 레이첼은 아직 허수아비의 진짜 정체를
모르지만 허수아비는 자신을 쫓는 두 사람을 알고 있다. 시시각각 두 사람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뒤따르고 읽는 나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껴야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죽음의 직전까지 가야만 했다. 잭은 범인이 어쩌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짐작하지만 진짜 범인의 정체를 너무 늦게 알고 만다.
독자들은 범인을 쫓는 잭과 자신을 쫓는 잭을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즐기는 연쇄살인마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애를 태워야한다. 그러다보면 잠시 폭염을 잊을 수 있고 서서히 다가오는 대단원의 막을 향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더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놈은 해치웠는데 도대체 한놈을 어떻게 찾을건데...그 놈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건데. 잭의 추리에 속이 탄다. 그가 너무 늦을까봐.
말복을 넘겼는데도 열대야가 기승인 오늘 잠시 더위를 잊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