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이 뒤바꾼 자폐의 삶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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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자폐'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폐를 가진 사람들은 신체의 장애처럼 정신적인 장애를 지닌 사람으로 일반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평범이상의 삶을 살기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소 소통에 문제가 있거나 공감능력이 조금 부족하긴 했어도 평범 이상의 삶을 살 수도 있고 심지어 성공적인 삶을 사는 자폐인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엔지니어로서 재능이 훌륭했고 나름 잘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폐'인임을 마흔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전혀 자신의 장애를 몰랐을까.

 

 

 

 

자신의 아들마저 자폐판정을 받으면서 저자는 비로소 자신의 집안에 흐르는 장애의 내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수까지 지냈던 아버지 역시 자폐증을 앓고 있었고 왜 자신이 남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외로웠는지 그래서 그 고통을 술과 폭력으로 덮으려고 했는지 죽는 순간까지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폐'란 판정을 받았다해도 치료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저자가 자신의 자폐를 인정하고 하버드의대의 TMS(경두개자기자극술)실험에 참가한 것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사하게 된다. 물론 그 전까지의 삶도 그가 자폐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정말 대단한 발전이었다. 자폐의 또다른 특징이기도 한 특정 분야에서의 비범함이 저자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기계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었다. 음향시설 기사로, 사진가로 그리고 자동차수리기사로서 그의 재능은 빛났고 덕분에 평범 이상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결혼에 관해서만큼은 그의 공감능력부족이 섣부른 판단을 불러온 것 같다. 결국 두 번의 결혼은 두 번의 이혼으로 끝난다. 하지만 결혼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결코 아님을 또 다시 증명하고 만다.

 

 

 

아마 그가 엔지니어가 아니었다면 하버드의대에서 제안한 그 실험을 수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뇌에 전기로 자극을 준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시도였고 부작용이 뒤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용감하게 그 실험에 참가하게 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수많은 경험들을 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 젊은 시절 음향기사로 일할 때 경험했던 음악들을 바로 곁에서 듣는 것처럼 느낀다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상대의 얼굴만 봐도 심리가 읽히는 등 정말 깜짝놀랄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모든 경험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떠올라 고통스럽기도 했고 자폐증때문에 아내의 도움이 더 필요했던 일상이 자아의 발견으로 더 이상 도움이 필요없어지자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기적같은 경험들은 영원하지 않고 잠시 머물다 떠나고 만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경험들을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한다.

 

그가 자폐란 장애를 지닌 것은 가족력이었고 사회성이 떨어졌던 것도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떤 점에서 그의 자폐는 장점이 되기도 했다. 상대의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평온했던 시절들이 그랬다.

그럼에도 TMS실험으로 찾아온 경험들이 그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그 책은 바로 그 여정에 관한 기록이다. 그의 고백이 아니었다면 난 감수성이 뛰어난 엔지니어에 이야기꾼이라고만 믿었을 것이다.

뇌과학의 놀라움은 앞으로 인류에게 어떤 기적들을 선사할지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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