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블루스
마이클 푸어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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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었다.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헤맸고 최근 유행했던 드라마들에도 영원히 사는

도깨비가 등장한다거나 '해리 오거스트의 열 다섯번째 삶'처럼 환생으로 거듭 살아나는

사나이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9,995번의 환생이라니 그 시간만 해도

어마어마한 이야기다. 마일로의 최초의 삶은 기원 전 2600년, 인더스 강 계곡에서

시작되었다.

 

 

자라지 않는 소년이었던 마일로는 부족의 멸망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지만 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최초의 죽음이었다. 이후 마일로는 남자로, 여자로, 동물로

수없이 다시 태어나고 그리고 죽었었다. 그렇게 9,995번의 삶을 사는 동안 그가 죽음과 맞닥뜨렸을 때 그의 곁에는 수지가 있었다. 수지는 편의상 그렇게 붙인 이름일 뿐 그녀는 사자(死者)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환생을 반복하는 동안 수지는 마일로의 곁에서 삶과 죽음을 지켜본 친구였고 연인이었다.

마일로가 죽음의 세계에 머무는 동안 그와 사랑을 나누었고 그가 다시 삶의 세상으로 돌아갈 때는 때로 그를 배웅해주기도 했었다. 수없이 환생을 반복하는 사내와 사자와의 사랑이라니.

신이 있다면 이들의 사랑을 용인할 것인가.

 

 

마일로는 만 번의 삶을 살기로 되어 있었고 이제 남은 5번의 환생중에 완벽한 삶을 살지 못한다면

영원히 소멸되야할 운명에 놓인다. 그동안 그의 곁을 지켰던 수지는 수천년 망자의 죽음을 이끌었던 자신의 일이 지겨워졌고 언젠가 자신이 직접 양초를 만드는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이다.

결국 수지는 사자의 자리를 사임하고 마일로가 닿을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지게 된다.

이 것이 사자가 자신의 직무를 내려놓는 벌인 것일까.

 

 

마일로는 남은 5번의 삶중에 완벽한 삶을 살아야 하고 사라져버린 수지와 재회해야 한다.

영혼이 거의 만 번의 환생을 거듭하다보면 탄생은 갈수록 쉬워진다는 것이 마일로의 생각이지만

이제 겨우 5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소멸되지 않고 수지를 영원히 갖게 될 것인가.

그의 남은 환생의 모험은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고 소중해진다.

저자는 우주 혹은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완벽한 삶'에 대한 물음에 거의 만 번의 삶으로 다시

살아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몇 번의 삶을 다시 살았든 '완벽한 삶'을 살아 성인(聖人)이 된 인간이 있기는 했을까.

그만큼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미숙한 일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태어나도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그래도 그 '완벽한 삶'으로 가는 열쇠는 바로 '사랑'이었다.

마일로가 남은 5번 환생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소멸될 자신의 존재보다 사랑하는 연인

수지를 구원하는 것이었다.

결국 인류가 마지막까지 완벽을 향해 가는 길에 가장 숭고한 가치는 바로 사랑임을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마일로가 가졌던 수많은 삶을 통해 잠시 환상의 세상을 여행할 수 있어서 더위를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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