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문 밖, 루웨스 엘레지
김지호 지음 / 아우룸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수구문, 혹은 시구문이라 함은 조선시대 시신을 내보내던 문이다.

지금은 광희문이라고 하고 동대문을 지나 신당동, 약수동을 향하는 중간에 서있다.

태어남은 축복이지만 죽음은 슬픔을 넘어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서 그런 것일까.

대체로 이 수구문 근처에 살던 사람들은 낮은 계급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묘지가 있고

화장터가 있었으니 당연하다. 암튼 지금 수구문 근처는 내가 많이 좋아하는 떡볶이 골목이 있다.

 

 

 

 

제목으로 보면 주로 경상도 일대에서 살아온 저자가 수구문 근처에 살면서 경험한 에피소드가 그득할 것처럼 보이지만 청구역 근처에 산다는 얘기만 나오지 전혀 상관이 없다. 오랜 사업을 접고 병마와 싸우면서 서울 수구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는 에세이라고 보면 되겠다.

'루웨스 엘레지'라고 해서 영어라면 몸부터 움츠러드는 나는 당연히 모르는 단어라고 넘겼는데 알고보니 'seoul'를 거꾸로 나열한 단어란다. 싱겁긴.

 

 

 

 

딱히 무슨 종교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불교쪽이나 철학에 상당한 관심과 마음을 두고 있는 듯 인용문들이 많았다.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했던가. 사업도 잘 했겠지만 시도 문학도 사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용한 여러 시들이 특히 참 마음에 들었는데 가난한 시인들이 많이 행복해 할 같아 더 좋았다.

그리고 제일 좋았던 대목은 '지부지처'였다.

내가 이 사자성어같은 단어를 검색해봤을까 안했을까. 상상에 맡기고 그 어떤 사자성어보다 머리에 쏙쏙 박혀서 머리나쁜 나도 잊을 일은 없겠다. 나도 자주 '지부지처'하니까.

 

 

 

 

뇌에 이상이 생겨 마비가 오고 힘든 재활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 그럴까. 글들이 깊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느끼는 시간들은 많이 부러웠다.

이제 나도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가는 세월 잡을 수 없으니

잘들 보내드리고 오는 세월과 한바탕 놀아보자는 말이 참 통쾌하게 다가온다.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익은 술독에서 퍼낸 깊은 향이 느껴지는 술 한잔

잘 마신 것 같은 에세이다. 수구문에서 멀지 않은 금호동에 터잡고 살아온 내가 제목만으로도

친근감이 느껴져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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