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정재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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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어느 시대인들 결혼이 쉬웠겠나마는 얼굴도 보지 못하고 첫날 밤을 맞았던 결혼이 있었던 시대보다 결혼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있다.

물질의 풍요가 외로움을 대신하지는 않을텐데 왜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이 적어지는 것일까.

여자들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면서 가장에게만 의존하던 시대와는 달라진 것도 이유가 될테고

'결혼'이라는 형식이 자유를 구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 것일까.

그림 그리는 일을 사랑하는 한 여자가 결혼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만난 남자와 같은 길을 걷기로 작정하기까지의 시간들을 그린 작품이다.

 

 

 

 

예술가들이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타인들과 섞이는 일이 조금 버겁게도 느껴지고 돈을 버는 사회일도 그리 재미있지 않아서 조금쯤은 지치고 힘든 때에 우연하게 만난 남자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다.

하지만 역시 소심한 마음은 마음을 다 열지 못하고 오히려 도망치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준다. 그저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가고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물들이면서 '너'와 '나'에서 '우리'가 되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결혼에 이른다.

 

 

 

너무 섬세해서 다치기 쉬워서 숨는 일에 익숙했던 여자를 자신만의 여자로 만드는 과정이 열정적이기 보다는 다정했고 조심스러워서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

외로움을 누구보다 많이 타면서도 스스로의 틀에 갇혀 스스로를 위로했던 그녀가 이제 남자의 위로로 따뜻함을 느끼고 진짜 사랑의 힘을 믿게 된다.

 

 

  

결혼이라는게 둘만 좋아서 되는 일도 아니다. 집안끼리의 인연이기도 해서 비슷한 처지끼리 만나면 삐꺽임이 덜하다. 크게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빠의 직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기 어려웠던 여자가 그 남자에게는 말 할 수 있었다. 부끄럽지 않았으니까. 그 남자에게는.

 

 

 

 

연애는 달달하기도 하고 쌈싸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망설였다.

같은 길을 걸어도 되는 것인지, 서로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추함을 더 많이 경험해서 많이 아팠던 여자는 이제야 자신의 까칠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만남이 언제나 평탄할 수만은 없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시간들, 다른 취향들을 맞춰나가는 것. 화장실 슬리퍼 하나로 싸울 수 있는게

결혼이라는 걸 남자와 여자는 실감하면서 때로는 싸워가면서 그렇게 배워갈 것이다.

내가 너한테 네가 나한테 서로 번지고 물들어 가는게...결혼이고 인생이라는걸.

 

책을 읽으면서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 있는-글쎄 결혼적령기가 요즘은 몇 살이려나- 딸아이가 자꾸 떠올랐다.

결혼이라는 걸 시시하게 여기기도 하고 보금자리 하나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시절이 버거워서 자꾸 도망치려는 아이들이 안스러웠다. 결혼을 꼭 해야하나.

글쎄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서로에게 물들 수 있는 상대를 만나면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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