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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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겐 일주일이 평생의 모든 날보다 소중한 순간이 될 때가 있다.

도연의 일주일이 그랬다. 유철의 일주일이 그랬다.

아무 예감도 없이 만났고 기약없이 헤어졌었다. 머나먼 나라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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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은 집착으로 가득찬 아내의 간섭이 목이 죄는 것 같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딱 일주일만 쉬고 싶었다. 그렇게 떠난 터키의 어느 거리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한 달 여전부터 터키에 머무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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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은 국회의원이었고 도연은 작가였지만 서로에게 자신을 속였다. 마흔셋, 서른 일곱.

이제 세상에 대해 말해도 될 정도의 어른이었지만 아팠었다. 어디서고 만날 사람은 만난다.

다만 너무 먼나라에서 너무 짧게 만났을 뿐이었다.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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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처음 만난 날, 오늘 같이 잘래요? 하는 남자에게 '음....잘해요?'라고 물었던 건 파격이다.

원나잇스탠드를 실행하기엔 조금 늙은 나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편견이 부끄러웠다.

나도 한번쯤은 이런 만남을 꿈꾸지 않았을까. 평생 해본적 없는 이런 만남...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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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도 주고 받지 못하고 헤어진 두 사람은 우연히 남녘의 어느 도시에서 재회한다.

이제 서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짧지만 강했던 일주일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한다. 운명이니까.

둘은 다시 뜨겁게 사랑하고 몰입하고 그리고 시든 꽃이 물을 만난 것처럼 소생했다.

하지만 세상은 늘 그렇듯 자신들의 편한 잣대로 두 사람을 마구 재단했고 둘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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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의 전 아내는 이미 자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사람을 미련없이 보냈었다. 하지만 자신이 버린 사람에게 새로운 연인이 나타나자 불같은 질투심에 고통스러웠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유치한 폭로전은 아니지.

둘은 꿋꿋했고 세상이 자신들에게 돌을 던진 것보다 더 많은 별같은 사랑을 찾았다.

참 의외였다. 내가 아는 그녀는 아이들의 마음에 닿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런 화끈한 소설이라니. 갑자기 훌쩍 커버리다못해 아슬아슬한 일탈의 정사라니.

하지만 잠시 난 이스탄불의 도연이 되어 유철같은 남자를 꿈꾸며 연애를 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여자들은 모두 도연이 되었을 것이다.

짐작컨대 남자라면 도연과 한껏 연애를 즐겼을 것이고.

많이 좋아하는 작가지만 그녀의 사생활은 알지 못한다.

다만 도연의 모습에 그녀가 담겼을지 내내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그렇다면 도연처럼 멋진 사랑을 쟁취했기를 바랐다.

그 사랑의 힘으로 다시 멋진 작품으로 만나기를....언젠가 내가 꼭 안아주었던 독자임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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