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찰살인 - 정조대왕 암살사건 비망록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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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정조의 밀찰이 발견되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특히 정조와 대립을 하였다는

심환지에게 보낸 서찰이 거의 300여통에 달해서 과연 대립관계였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정조의 밀찰이 배경으로 쓰여진 조선시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어느 날 인왕산 뒷편 계곡에서 노부부의 시쳬가 발견되는 것으로 연쇄살인은 시작된다.

겉보기에는 분명 나무에 목을 메고 죽은 시체였으나 시체를 건안한 우포청 포도부장 오유진은

자살을 가장한 타살임을 직감한다. 그들이 살던 집을 수색하던 중 흔하지 않은 한지 조각 하나가

발견되고 앞으로 일어날 살인사건의 시초가 된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도 사체의 검안은 비교적 꼼꼼하게 이루어졌던 것 같다.

괴질이 돌아 죽어나가던 사체가 많았던 때를 제외하곤 자연사를 한 시신도 정해진 법에 따라

시신을 검안하고 기록하여 관에 올리는 것이 관례였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시신은 당시에

있던 여러가지 검안법으로 조사하고 기록했다는 것이 놀랍다.

술찌게미나 식초등이 사용되었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지금의 부검까지 행했던 것이다.

최초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오유진도 이같은 방법으로 타살임을 알게 되었고 단서를 찾아

수소문 하던 중 한지 조각은 전통의 방법이 아닌 여러가지 약품과 약초가 배합되어 만들어진

종이임을 알게된다.

 

 

 

당시 국왕는 정조로 할아버지 영조에 이어 탕평책을 써서 국정의 형평을 유지하려 애썼고 나름

효과가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알려진대로 정조는 워커홀릭이었던데다 성질도 불같은데가 있어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에 의한 트라우마와 더불어 건강에 이상이 있었던 것 같다.

정조는 건축이나 설비뿐만이 아니라 의학에도 능했던 정약용을 불러 자신의 비밀스런 임무를 내린다.

앞서 정조의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던 정민시가 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되고 정약용은 이 사건이

사고가 아닌 타살임을 확신한다. 그렇다면 앞서 자살을 위장한 노부부의 사건과 정민시의 죽음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오유진과 정약용이 사건을 추적하는 사이 정조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된다.

정조가 정약용에게 자신의 병증을 얘기하고 처방을 구해보라는 어명을 내리자 정약용은 주상과

같은 병증을 가진 환자를 수소문하게 되고 결국 같은 증상의 환자를 발견하면서 비밀의 단서가

열리기 시작한다.

 

 

 

정조의 죽음은 역사적으로도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마흔 아홉이라면 당시 나이로 아주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정조가 죽었을 때 사체에는 독살임을

짐작케하는 징조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죽음에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조선시대

세종과 더불어 최고의 왕이라고 칭했던 정조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조선은 정조의 죽음을 정점으로 망국의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학적인 지식과 노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당시 사회의 정치상황과 사회상을 치밀하게 구성하는 것도 좋았지만 연이은 사체들을 검안하는

장면에서 실제 당시의 방법으로 과학적인 증거를 얻어내는 것은 많은 연구가 아니면 힘든 일이

었을 것이다. 더구나 정쟁의 상대였지만 비밀리에 밀찰을 주고 받았던 심환지에 대한 묘사는

거의 맞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숨줄을 쥔 임금에 대한 경외심 보다는 복수심이 더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조선시대 가장 어리석었던 당쟁으로 하여 죽어나간 수많은 목숨에 대한 복수라기 보다는 사대부의 나라 조선을 세우기 위한 명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역사적으로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판단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닿지 못한 시간들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해서 책을 편 순간부터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간을 여행한 느낌이다.

정조도 심환지도 정약용도 이제는 역사속의 인물이 되었다.

과연 저들은 저승에서 자신이 삶을 어떻게 판단했을지 궁금해진다.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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