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이 산에 올랐나요?" 히말라야 등반을 마치고 이 책을 쓴 수지가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설문을 하고 싶다던 말이다. 그러게. 왜 당신 부부는 히말라야를 올랐죠?
내가 묻는다. 산이라야 도봉산이나 북한산 정도를 올랐던 나로서는 5300m라는 높이가
와닿지 않는다. 아마 한라산이 2000m가 안될텐데. 그 한라산도 올라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저 이렇게 누군가 산에 올라갔다는 글이나 사진으로 등산을 대신하련다.
한동안 등산멤버들을 따라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을 돌아봤지만 결국 무릎만 고장나고 등산을
접었었다. 이제는 산과는 한참이나 떨어진 섬, 그러니까 바다에 닻을 내려 살게 되면서 가끔 산이
그립기도 하지만 하산하고 걸쳤던 막걸리에 도토리묵이 더 애틋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암튼 여기 이제 결혼 1주년을 맞은 부부가 히말라야 여행을 떠났단다.
미국남자 더스틴과 한국여자 수지가 어떻게 만나 결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생계는 어쩌고
몇 달이나 히말라야를 빙빙 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부부임을 분명하다.
여행이라면 깃발부대를 따라 다니는 단체여행이나 부부 몇 쌍이 어울려 가이드따라 다니는 여행이
고작이었던 내가 더 나이 먹기 전에 배낭여행 한번 떠나볼까 고민이긴 하지만 히말라야는 어림도 없다.
나이가 들면 그나마 고산병에 강하다는 장점 하나로 그 높은 곳에 오르려다가는 더 높은 곳에 먼저
도착할 것만 같아서다.
그런데 이 부부처럼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를 여행한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누군가는 얼마동안 돈을 벌어 몇 달 동안 산을 오르고 누군가는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내고
어렵게 왔다고 한다. 도대체 히말라야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다에 살다보니 인생은 바다위에 떠있는 배같다는 생각을 한다. 잔잔하기도 하고 엄청난
파고가 덮치기도 하는 바다가 인생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일도
인생을 닮은 것 같다.
재작년이던가 네팔로 떠난 원정대를 지휘하던 단장이 고산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명한 등반인들도 산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굳이 올라야만 하는지 아직 의문이긴
하다. 신혼의 수지 역시 산장주인이 전한 한국인 사망소식에 등골이 오싹했을 것 같다.
전문 산악인이 오르는 그런 등반은 아니겠지만 어디에나 위험은 도사리고 있을텐데 확실히 젊다는건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지가 만난 여행가중에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있다니 정말 놀랄일이다.
숫자는 정말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아직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옆에서 도와주는 이가 있어야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낮은 고도로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빨리
가서도, 너무 느리게 가서도 안된다.'-본문중에서
역시 인생과 닮은 여정이다. 그 타이밍을 잘 알면 인생 고수가 될테지만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거라
늘 허둥거리는게 인생아닌가. 그래도 여행은 가이드라도 있지.
절벽같은 아슬아슬한 길을 엉금엉금 기어서 가는 장면에서는 내 맘도 졸아드는 것만 같았다.
정작 남편인 더스틴은 웃으면서 사진을 찍느라고 난리였다는데 정말 내 남편이었다면 내려오는 즉시
이혼이다. 잘 걷는 더스틴과는 달리 느린 걸음으로 늘 티격태격 싸움을 하면서도 역시 신혼부부답게
잘 극복하는 장면은 기특하다. 미리 인생살이 예습한 걸로 치면 A학점이다.
아무리 물가가 싸다고 해도 생계를 작파하고 떠날 수 있으니 부럽고 느긋하게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부럽고 고산병에 허덕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산을 넘는 용기가 부럽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히말라야 고봉만큼이나 어려운 여정일텐데 이 정도 연습했으니 앞으로 씩씩하게
잘 살아갈 것만 같아 다행스럽다. 한편으로 무모해보이는 이런 여행이 또 이어질 것 같아 걱정반, 기대반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 번뿐이다.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 떠나라.
떠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그대들의 여정을 이렇게라도 따라붙을테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