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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미술이라면 학교에 다니던 시절 크레용이나 물감으로 끄적거리는 수준이었던
내가
몇 년전부터 미술에 관한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굳이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간 기억도 없을만큼 그림은 내 영역 밖이었는데 우연히
만난
몇 권의 책을 통해 그림이 걸어오는 말을 듣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진을 대신하는 정도의 정물화라고 생각했던 그림이 알고보면 당시의 시대상이나
사건들이
녹아있다거나 화가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그림을
유심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 예술분야이건 치열한 창조의 고통이 따르고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할만큼 남다른 삶을 살았던 것같다. 이제 그림속에 얽힌 시간과 공간의 비밀을
넘어서
심리를 밝히는 책이 등장했다. 둔감한 대중이 보면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심리가
녹아있다는 그림들.
저자 자신이 그리 그림에 소질이 없었다고 고백했지만 심리학을 공부한 학자답게
그림을 통해
화가들의 평범치 않은 삶과 복잡미묘한 심리를 풀어놓았다.
인간이 대상을 이해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 바로 '시각언어'라고
한다.
하긴 우리가 누군가 처음 만나게 되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외관을
보고
재빠른 판단을 하게 된다. 시각이 가장 빠른 언어가 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그림을 통한 표현의 방법이 가장 솔직하고 실랄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같다.
소설가가 자신의 글에 모든 것을 쏟듯 화가는 자신의 그림에 모든 것을 담았을
것이다.
평온해 보이는 풍경화속에도 화가의 태풍같은 바람이 담기기도 하고 철학이 담기기도
한다.
헤세를 문학가라고만 알았는데 상당한 수준의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도
놀랍다.
글로 풀어내지 못한 것들을 그림으로 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는데 그림의 수준도
상당하다.
거의 모든 대가들이 그렇듯이 살아생전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다수 사후에 재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보편적이지 않은 진보주의자들이
더욱
냉대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마네의 화풍은 당시 프랑스의 문란한 도덕성을 비틀어
담은 것이어서
더욱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대를 반영하되 영합하지 않는 독창성과 용기가 참 존경스럽다.
이렇듯 사진이 나오기전까지 그림이란 당시의 모든 것들을 담아놓은 역사책이라고
할까.
살아생전 단 한점의 그림만 팔렸다는 고흐의 삶과 죽음은 참으로
미스터리다.
동생 테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의 그림은 지금보다 훨씬 덜 그려졌을 것이고 그의
천재성을
영원히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즐겼다는 독한 술의 영향으로 망상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추측외에도 그의 다양한 심리가 바로 그의 작품에 녹아있다.
화려한 해바라기속에는 그의 강렬한 예술혼과 순수함이 깃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림을 단순히 그림으로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속에 숨겨진 많은 비밀들을 풀어보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명장들의 멋진 그림을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눈으로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