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과 함께라서 좋다! - 배훈 선생님의 교단 일기 열린어린이 책 마을 13
배훈 지음 / 열린어린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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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사라졌다고 믿었던 '아이의 마음'이 내게 아직 남아있었던 것일까.

시골 초등학교의 아이들과 한바탕 뛰어놀다보니 내가 지나온 어린시절이 겹쳐진다.

다들 비슷하게 가난했고 지금의 아이들보다 조금쯤은 더 어리숙했고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해야할만큼 학생수가 넘쳐서 저자인 배훈선생님처럼 모든 아이들의 개성을

꿰뚫을 정도의 관심을 받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오래전이라 1학년 때의 기억은 더더욱 없는데 고금을 막론하고 초등학교 1학년을

맡은 선생님의 고충이 더하지 않았을까.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하고 온 아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우는 아이, 심지어 변한 환경에 긴장이 되어 오줌을 싸는 아이도 있다고 하는데 엄마, 아빠 같은 마음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1학년 담임을 하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불안한 것은 역시 부모님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 욱하는 부모들 때문에 아이를 가르치는 일보다 더 힘든 마음고생은 없는지 모르겠다.

 

 

  

왜 이 선생님은 아이들 하나하나의 눈빛이며 마음까지 들여다보게 되었을까. 오래전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은근히 남자선생님이 담임이 되었으면 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선생님들중 상당수가 여 선생님이라고 들어서 아빠하고 형이 없는 아이에게

형이나 아빠같은 남자선생님이 힘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6년동안 두 학년을 같은 남자 선생님이 맡아 주셨는데 아이는 지금도 그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아마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 꼬마주인공들도 못생긴(?) 배훈 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에 쉽게 익숙해졌기 때문에 정보도 많고 판단력도 대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대놓고 못생겼다고 할만큼 정말 못생겼을까. 얼핏 아이들과 함께 한 사진을 보니

미남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준수하던데.

녀석들 좋은 선생님 만나서 진심으로 흉을 봐도 야단 안 맞는 줄 알아!

 

 

 

 

밥을 먹다 수시로 화장실로 가는 녀석이 없나, 화장실에 가기 싫어 운동장에 몰래 실례를 하는

녀석이 없나 참으로 인내심을 요하는 '극한 선생님의 일기'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마구 넘쳐서 손주가 생기면 맡기고 싶어진다. 각박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이런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맡아준다면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학교가 될텐데.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배우는게 더 많다고 겸손해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일기에서 봄바람같은

생명력이 느껴지고 교육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의 교본을 보는 것 같다.

'들어주자, 기다려주자'

어차피 어른이 되면 모든게 바쁘고 힘든데 어린 시절만이라도 이렇게 맘껏 행복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선생님, 부모님들이 있다면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멋진 어른으로 자라지 않겠는가.

 

읽는 내내 만나보지 못했지만 함께 한 것 같은 장천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눈망울이 그려졌다.

앞으로 아이들에 눈망울에 새겨질 수많은 시간과 사람들이 맑고 행복한 것들이었으면 좋겠다.

그 길의 가장 첫걸음에 배훈같은 선생님이 함께 해줄 수 있어서 너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먼 훗날에라도 꼭 기억하기를.

봄꽃같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오랫만에 시름없는 웃음을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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