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4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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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쾌하고 감동스런 책을 만나다니...아무 준비 없이 떠난 여행에서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한 기억을 쌓은 기분이 든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아직은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던 그 시절 수의사 헤리엇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헤리엇의 존재를 분명하게 만든 수많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행복하고 유쾌하다니, 분명 헤리엇은 긍정적이고 소탈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수의학을 5년 동안이나 공부하고 공군으로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고향인 요크셔 지방의

골짜기에 돌아와 농부들이 기르는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로 지냈던 헤리엇은 글솜씨도 상당했던

독서가 였을 것이다. 그의 곁에 머물렀던 조수들이 으시대며 들이 밀었던 수많은 문학작품과 글귀를 거의 알고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당시 요크셔 골짜기는 문명이 아직 덜 여문 깡촌이었던 것 같다. 목축이나 농사가 일반적인 사업이라 동물들의 가치는 상당했을 시대였을 것이고 수의사의 역할은 비중이 높았던 것 같다.

 

 

 

 

부족한 일손들은 당시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에 머물러있던 포로들이 해결했다고 한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역시 그들도 고향을 떠나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한 순박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농장에서 일을 끝내고 어울려 앉아 고국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참 감동스럽고 가슴이 찡했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 처형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니 이데올로기의 냉정함에

목이 메인다.

 

 

 

 

 

당시 수의학의 수준은 아직 미미했던 모양인지 수의사 헤리엇은 항생제를 처음 써 보기도 하고

전쟁후 급격하게 개발되었던 수많은 치료제들의 경험담이 등장한다. 하지만 농부들은 새로운

치료제보다 헤리엇의 판단에 더 존경을 보냈다. 모든 농부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대에나 꾸물거리다 치료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경우는 많았을 것이다.

요크셔 골짜기의 농부들도 헤리엇을 무척이나 괴롭혔던 것 같다. 그럼에도 집안의 큰 자산인

암소를 살리지 못한 책임을 묻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헤리엇에 대한 신뢰가 강했음을

말해준다. 아주 오랫동안 헤리엇은 자신의 실패를 묻어주었던 그들의 방식에 대해 잊지 못했다.

어느 시대 어떤 사람이든 지식의 높고 낮음을 떠나 영국 시골마을에도 스승은 있는 법이다.

  

 

 

 

 

곳곳에 그가 겪었던 황당하지만 유머스런 일들을 보고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달걀 한 다스(12개)를 쌍란이 하나 있으니 11개면 충분하다는 농부의 일갈은 농담이 아니라

그들만의 계산법이었으리라. 곳곳에 이런 위트가 가득하다.

아들인 지미와 딸인 로지는 헤리엇의 충실한 조수였고 그들 가족은 고향에서 행복한 삶을 잘 꾸린 것 같다. 조금 가난하고 불편한 시대였겠지만 사람들은 우직했고 성실했으며 순박한 시대였으니 말이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는 앞서 몇 편 더 있었던 모양인데 만나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분명 이 책만큼 재미있고 감동을 주었으리라 200% 확신한다.

이미 헤리엇은 세상을 떠났을 것이고 그의 아들 딸들도 많이 늙었겠지만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웠음을 알게 되어 나도 행복했다.

나는 어떤 기억들을 간직하고 늙어가고 세상을 떠날 수 있을 것인지 곰곰 생각해본다.

분명 더 편리하고 충만한 시절이 된 것 같은데 뭔가 많이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은 왜인지 자꾸

되돌아보게 한 작품이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으로 순박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만났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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