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을 보면 '돈'이 생기기전에는 물품을 서로 교환하는 단계가 있었고 조개껍데기가 돈의 역할이 한적이 있으며 후에 동전이 나오고 가장 나중에 지폐가 나왔다고 알고 있다.
이런 화폐가 탄생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문명은 꽃피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전은 구리나 주석, 은이나 금등을 배합하여 만든 화폐로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부여받았겠지만 지폐는
겨우 종이 한장에 백원이나 만원등의 가치를 새겨넣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이위에 새겨진 숫자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고 통용하고 있다.
이 것은 '완전한 신뢰'라는 심리적 기초위에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즉 우리는 지폐위에 새겨진 숫자가 우리에게 재물이나 행복을 지불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지폐는 무거운 철전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에서 처음 발행된 어음 형태의 '대명통행보초'라고 알려져 있다. 유통의 편이성이 결국 지폐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폐를 쫒아 전 세계를 누빈 남자가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수집품으로 손에 쥐게 된 외국의 지폐 한장이 그를 지폐 수집가의 꿈으로 인도한다.
1961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행된 100코루나. 아직 민주주의의 봄이 오기전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의 공장과 노동자들이 새겨진 그 지폐가 시작이었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지폐 뒷면에
새겨진 카렐교와 프라하성을 방문하여 지폐의 그림과 정확한 경치를 확인하게 된다.
사실 지폐 그 자체가 자산이므로 지폐를 수집한다는 것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또 다른 자산투자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것을 넘어서 지폐에 깃든 역사와 스토리를 찾아 긴 여정을 시작했다.

독특한 지폐의 디자인들을 보면서 지폐 디자인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하고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답게 아름다운 해바라기가 인상적이고 네덜란드의 유명 인물들인 렘브란트, 에라스무스등이 등장한다. 유럽의 많은 지폐들은 그 자체가 예술이고 역사책인 셈이다.
아프리카의 부룬디와 르완다의 지폐에서는 오랜 내전의 흔적마저 보인다.
후투족과 투치족의 오랜 전쟁으로 결국 나라가 피폐해졌고 2004년 부룬디는 액면가 10,000부룬디프랑을 발행했는데 투치족의 왕자와 후투족의 대통령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화폐에 평화를 디자인 한 것이다. 이처럼 지폐는 숫자 이상의 가치가 새겨져 있다.

콜롬부스는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라의 요청으로 새로운 대륙을 찾아 세계를 탐험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세계 화폐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라는 것이 놀랍다.
심지어 프랑스 지폐에도 등장했단다. 프랑스의 일부 학자들이 콜롬부스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란다. 당시에 콜롬부스가 유럽에서 추앙받았던 인물임을 알 수 있는 일화이다.
우리나라 역시 건국이래 가장 명망있었던 인물들이 새겨져있다.
이이, 이황, 세종대왕, 신사임당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환획을 그었던 인물들이 대한민국 대표 모델이 되었다. 이렇게 인물들이 새겨진 지폐외에도 국가를 상징하는 새나 도시, 유적지들이 새겨진 경우도 있다.

특히 일본이 2000년에 발행한 2000엔 기념 지폐는 한편의 역사책을 읽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자국민들은 이 지폐에 새겨진 히스토리를 알아볼 것이다.
이렇듯 지폐에 새겨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지폐에 깃든 시간, 문화, 애환까지를 돌아보는 저자의 여정이 참 대단하다.
그저 어느 시대 어느 지폐가 만들어졌다는 보고서가 아니라 지폐에 새겨진 코드를 따라 전 세계를 여행한 저자의 열정적인 여정을 함께하다보니 나도 세계 각국의 지폐를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젠가는 동전도 지폐도 필요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수집에 열을 올려야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지갑에 있는 지폐가 한정판 골동품이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