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혜, 듣기 아우름 33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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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집어든 책이-특히 포켓형태의 가벼운 책이라면 더욱-생각보다 깊은 울림이 들어있다면

정말 행복해진다. 책의 물리적 무게가 깊이의 무게랑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닫는다.

샘터의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은 오래전 나를 책의 신세계로 이끈 삼중당문고를 떠올리게 한다.

철학과를 졸업하고 아메리칸 인디언들과 세3세계 원주민들의 문화를 연구해온 저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우주의 목소리를 듣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들은 귀를 열기보다 입을 여는 경우가 더 많다.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내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산다는 뜻이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 중에 '모모'의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 감동으로 남아있는 그 책은 '듣는 것'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된다. 어린 소년 모모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소년이지만 딱히 사람들에게 해주는 것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모에게 큰 위안을 받는다. 알고보니 '모모'는 귀를 열고 들어주는 소년이었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치유의 힘을 얻는 것이었다.

그만큼 '들어주는 일'은 큰 힘이 있음을 어린시절이었지만 깨달았던 기억이었다.

하지만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나는 남의 얘기를 들어주기 보다는 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래야 속에 고인 뭔가가 빠져나가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모자라고 부끄러운 인간인지 다시 깨닫는다.

 

 

 

 

'듣는다'는 것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일임을 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기다려야 한다. 성질급한 나는 상대방의 말을 끊고 내 주장을 하느라 바쁘다. 그러니 얼마나 이기적이고 덜 된 인간이었나. 귀가 열려야 인생의 한가운데 우뚝 설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최근에 읽은 여러권의 책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낯선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특히 부모님이 그렇다.

심리학자들이 그런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과거를 추적하다보면 반드시 어린시절 어떤 형태로의 폭행이든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었다. 지금 아무리 누가봐도 성공한 인생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내면에는 그 상처가 여전히 숨어있어 언젠가 폭발하는 폭탄처럼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런 사람들중에는 오히려 남들에게 상처를 주고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도 모르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나의 여러가지 단점중에는 아마도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숨어있을 것이다.

 

 

 

인디언의 아이들은 일반 아이들보다 칭얼거림이 없다고 한다. 태아때부터 엄마에게서 듣는 법을 배운 아이들은 이미 귀가 열려있고 우주의 소리를 들을 줄 안다고 한다. 인디언들의 교육법은 아주 특별해서 나무와 풀과 동물과 우주로부터 듣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과연 그들에게서 듣는 소리는 무엇일까.

보통사람인 나로서는 이런 신비한 경험을 믿기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귀가 열려야 마음이 열리고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음을 믿는다.

온통 '말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이 넘치는 세상에 '잘 듣는 법'에 대한 많지 않은 소중한 책이다.

보는 것이 넘치는 시대에 가만히 눈을 감고 나를 향해 외치는 신의 소리를 우주의 소리를 들어보자.  풀지 못한 숙제에 대한 해답이 들려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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