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예순 여섯살의 심리치료사 로버트 아케렛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왔던 내담자들의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때는 1990년대 초반, 아케렛은 35년 전 자신을 찾아왔던 내담자들중 5명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여행을 시작한다.

자신을 스페인의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 나오미, 그녀는 성적매력이 넘치는 멋진 여성이었지만 유대인 부모밑에서 엄격하게 성장한데다 그녀의 섹시미를 천박하다고 믿은 부모의 학대를 당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 전생에 스페인백작부인이라고 믿는 나오미는 스페인을 열심히 공부하더니 어느 날 부모를 떠나 멕시코로 향했다. 아케렛의 치료를 받는 동안 그녀는 움츠러있던 자아가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과연 그 후의 삶은 달라졌을까. 아케렛의 치료가 그녀의 운명에 도움을 주었을까.

 

 

 

서커스의 북극곰을 향한 사랑의 열병에 빠졌던 찰스.

자신의 결벽증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었던 간호사 메리.

소설을 쓰기 위해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해야했던 프랑스인 사샤.

명문대를 졸업하고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세스, 하지만 마약과 마약매매에 빠져 파탄이 난 사샤.

모두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던 이들의 35년 후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졌다.

 

 

 

대학생이었던 찰스는 부유한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나 귀여움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가 후원하는 대학의 심벌인 곰을 형상화한 북금곰 인형들이 그의 주변을 지켰고 부모들은 모든 사물을 북극곰으로 대비시켜 찰스를 키웠다. 찰스에게 북금곰은 가족이었고 사랑이었다.

결국 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하던 북극곰 지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찰스는 곰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애쓰다가 공격을 다해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지로에게 열중하는 찰스.아케렛은 찰스에 대한 사랑이 비정상이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각인시킨다. 심지어 목숨을 잃을정도라는 것을.

 

 

 

찰스는 곰에 대한 사랑은 접었지만 다른 방법의 사랑을 찾아냈고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케렛은 과거 찰스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지 고민한다.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었던 메리역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오미 역시 멕시코와 스페인을 거쳐 마이애미에 정착하여 잘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아케렛을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케렛은 자신에게 자꾸 되묻곤 한다. 자신의 개입이 없었다면.

 

50년대 후반에 시작된 내담자들과의 만남은 몇 년동안 이어졌고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다고 판단된 순간 흩어진 내담자들의 삶이 왜 궁금해졌을까. 이제 생의 마지막을 향하게 된 심리치료사는 자신의 역할의 결말이 궁금해졌던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에겐가 말하지 못하고 비밀스럽게 묻어놓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렇게 상담가나 치료사를 찾아 노력을 하기도 한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아케렛을 찾아왔던 5명의 내담자들은 하나같이 과거 어린시절부터의 상처가 있었다.

너무 완벽하고자했던 엄마의 간섭이나 무관심, 혹은 폭력까지. 결국 그런 가학적인 행동들이 자식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스스로를 상처내고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가엾은 내담자들의 삶을 보면서

심리치료사 아케렛은 많은 개입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스스로 길을 찾도록 들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결국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간의 생존능력에 대해 경외감을 느낀다.

아마 이 책의 저자나 사례자들은 이미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린 사샤나, 찰스나 메리처럼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어디에 누구를 찾아가야 치료가 될 것인가.

인간의 경외스런 생존본능에 의하면 우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열쇠도 갖고 있을 것이다.

사후관리까지 꼼꼼하게 해주는 아케렛같은 심리치료사가 있다면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아케렛의 여정은 많은 궁금점들을 해소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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