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 도시 여자의 리얼 농촌 적응기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돌이켜 내 서른 두살을 떠올리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서른의 고비를 넘어서 한바탕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 모든 것을 잃고 아이를 둔채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났었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던 나이가 바로 서른 둘 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스물 다섯이면 결혼 적령기여서 서둘러 짝을 찾아야했고 서른이 되도록 결혼을 못하면

노처녀 딱지가 붙어 눈총을 받아야만 했었다. 지금이야 서른이 넘어도 미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마흔에 이르도록 결혼을 못한 사람들도 많다. 물론 결혼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가정을 꾸리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른 두 살 구미코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이었던 곳이 문을 닫자 단기 직업을 전전하게 된다.

대학 동기 오사무와 동거를 6년이나 했지만 오사무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겨 결국 헤어지고 만다.

그 사이 오사무가 청혼도 했지만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구미코는 거절을 했고 이후에는

애인같다기 보다는 동지같은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이별이 다가오자 왜 그의

청혼을 거절했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오사무와 헤어져 집을 나오게 된 구미코는 하필이면 다니던 직장에서도 계약이 끝나 갈 곳이 없다.

마침 TV프로그램에서 여성이 농촌에서 정착해서 성공한 사례가 나오자 구미코도 농사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현립 농업대학교에서 취농자코스까지 이수하고 한껏 부푼 마음으로 농사를 지을 땅을 빌려보려

하지만 초보 여자 농사꾼에게 땅을 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문제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인듯 하다.

농사지을 인력이 부족하고 심지어 놀리는 땅이 있어도 선뜻 땅을 빌려주겠다는 농부가 없었다.

그깟 세 조금 받자고 아끼는 땅을 잘 알지도 못할 사람에게 빌려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문제란다.

알바를 하면서 초보농사꾼의 꿈을 키웠던 구미코는 절망하지만 오래전 대학 동아리선배에게 도움을 청해

본가 어머니의 집에 세를 얻고 어렵게 땅도 조금 빌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자 혼자 농사를 짓는 것은 힘든 일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농촌으로 시집을

가는 것이라는 조언에 농촌 청년과 맞선을 보는 파티에 참가하게 된다. 기대한 상대방은 만나지 못했지만

구미코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자들을 만나 마음을 나누게 된다.

스물 여덟의 싱글맘은 먹고 살일이 힘들어 나이가 많아도 자신의 아이를 거두어줄 남자가 간절하고

한번 이혼을 한 히토미 역시 홀로 농사를 짓지만 돈을 벌기가 힘들다. 결국 남자에게 의존해야만 생계가

해결되는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구미코는 친환경적인 농사를 지어 생계를 해결하고 꿈도 이루고 싶다.

 

 

 

하지만 몇 번의 위기가 다시 찾아오고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의 무덤곁에서 생을 마감할 결심까지

이르게 된다. 사실 농사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텃밭을 하는 나 조차도 약을 치지 않고 채소를 기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데 텃밭 수준이

아니라 생계를 책임질 정도의 업이 될 정도의 농사라면 정말 큰 다짐과 체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구미코가 이런 결심을 한 것은 지단한 단기 알바직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이 싫어서 그랬지만

제대로 된 먹거리를 손수 생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기도 했다.

구미코는 홀홀 단신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어쩌면 동거를 했던 남자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날 것 같은 결말이 엿보여 정말 다행스럽다.

 

이 소설은 현재 일본의 농촌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인력은 노화되고 농촌 자급력은 떨어지는

것에서부터 농촌청년들의 결혼문제까지. 요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다행스럽게 귀농열풍이 불고는 있지만 다시 되돌아 오는 경우도 많다.

텃세도 힘들고 경험도 없이 농사에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증명이 되는 것이다.

씩씩하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서른 두살 구미코의 여정이 기특하지만 역시 혼자서는

결코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서로 기대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꼭 농사가 아니더라도 미래가 암울한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뭔가 목표를 세우고 구미코처럼 도전해 나가는 과정이 힘이 될 것 같다. 청년들이여 꿈을 향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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