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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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운을 받아 생명이 잉태되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운명이 각인되고 평생 사주팔자와

더불어 한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바로 '이름'일 것이다. 귀한 자손일 수록 돈까지 주면서

작명소를 찾아 이름을 짓기도 하는데 이런 점에서 나는 영 혜택을 못 받은 축에 속한다.

여기서 내 이름까지 말하기는 좀 그렇고 남들은 다 세 글자씩 부여받는 글자 수가 좀 모자란다.

뭐 이런 것까지 열등감일까 싶지만 어린시절 난 출석부 중간이 훤한 덕에 학기초면 늘 먼저 불려지곤 했었다. 그 두 글자중 한 자야 성이니까 그렇다치고-이 성 마저도 희성인 편이다-

이름도 한자어에서는 잘 안쓰는 글자인데다 한글로 불려도 전혀 잊혀지질 않을 글자라 그냥 명희나 영순이같은 평범한 이름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 열등감은 30이 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나를 각인시키는 이름으로 변해서 후에 사업을 하면서도 꽤 도움을 받았었다.

내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이름에 대해 수다를 떨 수밖에 없는지를 말하자면 이 책을 쓴 저자는 세상에 그 수많은 글자중에 몇 자 안되는 글을 건져 올려 남들에게 쏙쏙 박히는 이른 바'카피'를 끌어내야 하는 업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촌철살인'의 귀재가 되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사람인데 운명이란 것이 다 알아서 이끄는 모양인지 이 정도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아주 제대로 된 직업을 찾은 셈이다.

 

 

 

빵집을 하는 사람은 지나가다 빵집만 보이고 미용실을 하는 사람은 미용실만 보인다고 하더니 '카피라이터'인 저자는 온통 '글자'만 보이는 모양이다. 나도 제법 글자 꽤나 읽는다고 자부하는데 이 여인이 찾아낸 글자중 내가 발견한 글은 별로 없었다. 하긴 난 글자 몇 자 써주고 밥을 벌만큼 능력도 없거니와 그만큼 관심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지만. 암튼 이 글에서도 나온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나도 참 부러운 심정으로 본 작품이다- 를 패러디해 보자면 '글 잘 쓰는 예쁜누나'쯤이 어울리겠다.

 

 

밝히지는 않았지만 꽤 거금을 들여 라미네이트인가 뭔가를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는 푸념끝에 지나가는 버스 옆구리 광고에 '너 예뻐졌구나?'란 문구가 눈에 띄였다는 대목에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버스라도 알아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ㅎㅎ

 

 

 

역시 트렌드를 앞서가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가 사고방식이 진취적이다.

'먹고 싶은거 안먹고 입고 싶은 거 안먹고'가난을 이겼던 세대가 보면 부러운 사고이긴 한데

나중의 행복을 위해 참지 않고 카페라테를 먹겠다는 포부가 다행이지 싶다. 사고 싶었던 물건을

마음에서 내려놓기 보다 계산대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삶을 살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진심이다. 난 그렇게 살지 못해서 너무 억울했다-

 

 

 

3년의 연애를 끝내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기까지 고민도 많았겠지만 누구에게의 짐이 되기 싫어 혼자 살겠다고 결심했다는 글에서 가슴이 저려온다. 나 역시 이런 비슷한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도대체 아이를 다섯까지 낳을 정도 였으면 끝까지 제대로 책임을 져 주든가 할 것이지 어린 나에게 가장의 짐까지 떠밀은 부모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나는 좀 홀가분하게 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녀처럼 나도 지금은 가족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해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살수 있지.

 

 

 

전작도 본적이 없고 얼굴도 모르고 이 책이 처음인 인연이지만 이 대목에서 떼구르 구르고 말았다.

마침 오늘 오후 빨래를 해서 널면서 양말 한짝을 찾아 헤맸던 나로서는 이 책을 만나 이 구절을 본 것도 무슨 인연인가 싶기도 하고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자꾸 '내스타일이야'를 외치게 되는 것은 또 무슨 일인가 싶다. 암튼 많이 웃었다. 그녀의 눈에 띈 촌철살인의 '카피'가 재미있어서, 그리고 별 포장없이 자신의 일상을 술술 불어놓는 진솔함이 마음에 들어서.

 

나는 안다. 책을 낸 작가들이 얼마나 자신의 책 리뷰를 훑어 보는지.

같은 동네에 사는 소설가 하나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가서 '너 마음에 안든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가 낸 소설 리뷰속에 나도 비수같은 진심을 담은 적이 많았다. 분명 그가 읽을 것임을 알기에.

하지만 악플과는 좀 다르다. 순전히 그의 작품에 대한 내 솔직한 느낌이었다고 자신있게....

암튼 처음 만난 이 작가 나를 오래간만에 웃게 해줘서 고마웠다고...지금 읽고 있죠?

전작도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는 말로 답가를 보내면 행복하실런지.

라미네이트로 남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 보다 이렇게 '글 잘쓰는 예쁜누나'가 훨씬 마음에

드실것 같은데. 다만 한 가지 청소를 하시는 이모님이 대부분 여자가 더 지저분하다는 말에 여자가 여자를 더 고루하게 인식하는 것 같은 시선은 다 맞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경험상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지저분할 수 있다는 것은.....내 집 부엌이나 화장실에 가보면 부정하기 힘들다는 것과 딸내미를 키워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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