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나의 늙은 고양이에게
김지선 지음 / 새벽감성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도시에 있을 때에도 쓰레기봉투를 찢어놓거나 얄밉게 울어대거나

해서 고양이가 보이면 멀찍이 돌아다니거나 쫓곤 했었다.

일단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오래전 아들 녀석이 하얀 고양이 새끼를 몰래

제방에 숨겨두고 키우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질겁을 했었다. 결국 내 성화로 다른 집으로 보내버릴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해 애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던 나였다.

그러다가 섬에 내려와 진돗견 막둥이가 들어오고 재작년 앙증맞은 스피치 새끼 '토리'가 들어오면서 내 삶도 너무 변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 모든 강아지들이 다 사랑스럽고 심지어 그토록 싫어했던 냥이들 마저 소중하게 보였다. 이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내 삶에서.

 

 

  

지금 '토리'는 성견이 되어 '껌딱지'란 별명이 붙은 채 내 곁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엊그제 서울에 다녀오면서 그 녀석때문에 일부러 차를 가지고 올라갔다. 집에 막둥이가 있긴 하지만 이 추운 겨울에 마당에 있는 집에서 자는 것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내가 바지를 바꿔입고 신발만 바꿔 신어도 잽싸게 현관에 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나 저를 두고 내가 외출할까봐 미리 머리를 쓰는 것이다. 이런 녀석을 어찌 혼자두고 집을 비우겠나.

 

'별이 된 고양이'를 그리며 쓴 글을 보고 있자니 모든 장면에 '토리'가 겹쳐보여서 가슴이 아팠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면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된다고 한다.

이른 바 '펫로스 증후군'으로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기 싫어서. 나 역시 막둥이와 토리가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아직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적은 없지만 가끔 저 녀석들이 내 곁을 떠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파리에서 외롭게 살다가 2004년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한 저자는 말썽꾸러기 녀석때문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을 벌였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아마도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고양이였던 것 같다.

다시 한국으로 데려와 14년을 함께 했으니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녀석들도 사람과 똑같이 느끼고 병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녀석들은 사람들의 수명과는 다르게 너무 짧게 살다 간다는 사실에 더럭 겁이 나기도 했다.  파리의 고양이 뚜름이도 13년차가 되는 해에 암이 발견 된 모양이다.

 

 

 

두 번의 수술로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별이 되고만 뚜름이.

왜 진작 더 많이 안아주지 못했는지 너무 멀쩡해보여서 아픈 줄도 몰랐던 시간들이 후회스러워서

괴롭다고 했다. 그 마음 백분에 일쯤 알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었을 것이다. 사람도 암의 말기에는 너무도

고통스럽다고 하는데 뚜름이 역시 진통제로도 진정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런 뚜름이를 지켜봐야했을 집사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후 미리 공부도 하고 마음을 다짐했던 저자의 마음가짐이 존경스럽다.  나는 얼떨결에 토리가 들어오는 바람에 미처 그럴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집사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동물들을 받아들인다면 사람들과 더욱 행복한 공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우울증을 앓던 여자가 오피스텔 밖으로 키우던 반려견 세 마리를 던져 죽여버린 사건이 있었다.

자신도 자살을 하려고 마음 먹을 정도였으니 자신이 죽고 난 후 남겨질 반려견들을 그렇게 미리 정리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잔인한 방법에 치가 떨렸다.

동물들도 동물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리고 가족이 되었다면 끝가지 책임을 져야한다.

별이 된 뚜름이를 아직도 많이 그리워하는 집사에게 이제 그만 마음 속에서 보내주라고 말하고 싶다.  더 이상 고통이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집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냥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도 절절해서 나 역시 가슴이 많이 아프다.

우리 새끼들도 아주 오래 내 곁에서 건강하게 살다 가기를 바라면서 뚜름이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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