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 -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김병철.안선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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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년대 한국은 너무도 가난했고 사람은 넘쳤다.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월남(베트남)으로

중동으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독일로 나갔던 사람들중 상당수는 남아서 재독 한국인이 되었다. 월남이나 중동은 날이 너무 더워서였는지 종교적인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돌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70~80년에는 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역시 더 나은 삶을 위해 아메리칸드림을 향해 미국으로 향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몸으로 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가진 돈도 많지 않고 언어는 딸리고 기술도 그러저러 했으니 청소, 페인트, 세탁소등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미국에 정착했던 사람들은 지금 1세대를 거쳐 3세대쯤에 이르른 것 같다.

매주 인기리에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나 동포들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구촌 소식을 듣다보면 세계 곳곳에 한국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과거 외국에 한 번 나가기가 별따기 비슷했던 시절에 비하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변화이다.

이제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가까운 이웃이 되어 버렸다.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오늘이면 당도하고 아니 거의 비슷한 시간에 전 세계에 퍼진다.

파리에 파업이나 런던의 테러소식이 거의 시차없이 도달하는 세상이 되고 보니 오히려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져만 가는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이 넓고 아무리 길어도 24시간면

도달할 거리에 있는 나라들은 어떤 모습이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숨막히게 돌아가는 한국의 시계와는 다른 그 무엇이 그 곳엔 있지 않을까.

  

 

로마의 스페인광장에서는 더 이상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다고 하고 소매치기는 들끓는다고 하는데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으로 살아보는 기분은 어떨까.

내 친구 남편은 60이 넘으면 가고 싶은 나라의 도시에서 한달씩 살아보는게 소원이라고 한다.

처음엔 웃으면서 흘려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소원이 참 멋지다고 생각하게 된다. 고작 한 달로 그 나라, 그 도시를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몇 박 며칠의 관광에 비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넘어서 아예 이민내지는 이사를 감행한 한국인들이 꽤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대체로 40이 넘은 경우는 없었고 주로 20~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이런 생각들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낯선 이국에 적응하기가 힘들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누리는 것들을 포기하고 떠난다는게 어려운 중년들은 마음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런 결심을 하는데는 우리나라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회식문화, 가족위주보다는 사회 위주의 감성들이 한 몫을 한 것 같다. 누구나 회식이나 밤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이런 분위기가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젊은이들에겐 한국의 직장에 대해 회의감을 주었을 것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은 불안감도 거들었을 것이고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길러야 한다는 당연한 질서들이 숨이 막혔던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을 떠나보기로 한다.

 

 

 

 

아예 완전한 이민을 꿈꾸고 떠나기도 하고 이민보다는 우선 살아보자는 심정으로 떠난 사람들도 있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매력을 느껴 다시 떠나게 된 사람들, 내 자식에게는 좀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오래전 미국유학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한인커뮤니티를 못 벗어나고 적응하지 못한 채 힘들게 지냈을 것이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젊은이의 말처럼 이민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언어가 가장 중요하고 영주권 취득이 먼저라는 말에 100%공감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영주권이 없는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불안한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고 정부에서도 어떤 보장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30대 문턱을 넘은 딸아이는 직장생활에 많은 회의를 느낀다.

들어가기 전에는 간절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이건 아닌데'하는 불안감이 들더라고 했다.

30이 넘어가니 다른 세상을 도전한다는게 겁이 나기도 하고 지금 일자리마저 잃게되면 미래가 없을 것 같아 주춤하게 된다고 한다.

'왜 꼭 우리나라에서만 살아야된다고 생각해? 가까운 일본도 요즘 구인전쟁이라더라. 넓게 보고

도전해봐' 내가 해준 말이다.

사실 미국에서의 유학시절은 공부 그 자체보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성취했다는 기쁨으로 그 후

내 삶에 큰 거름이 되었기 때문에 아직 기회가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보라고 권하다.

물론 이 책을 보고 직선길을 돌아서 가는 수고로움이 없으면 더 좋겠다.

누군가는 10시까지 야근을 하고 회식을 쫓아다녀야 해도 한국생활이 더 즐거운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가족위주의 이국생활이 맞춤옷처럼 편한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삶이 더 맞을지 일단

한 두달이라도 경험해보면 어떨까. 떠나는 것을 두려워말자. 우물안 개구리도 한번쯤은 우물밖으로 훌쩍 넘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우물안이 더 좋다고 판단되면 다시 오면 되지뭐. 이 책 저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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