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 지혜와 평온으로 가는 길
혜민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스님이 스님같지 않아서 참 좋다. 무슨 말인가.

흔히 스님에 대한 편견은 이렇다. 산속에서 경을 읽고 참선도 하고 불자들에게 신심있게

착하게 잘 살아라 하는 덕담도 내리시지만 다정하다기 보다는 절제가 강한 도달하기 어려운

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부처님께 빌었었다. 스님들이 산속에서만 있지 말고 중생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오게 해주세요. 혜민 스님이 그 소망을 들으신것 같다.

하버드에서 종교학을 공부하신 지니어스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중생들 속에 들어와 마음치유학교를 열고 계시는지는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정말 멋진 분이 아닌가. 산속에 숨어있던 부처님을 우리곁에 모셔온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스님의 인간적인 면을 더욱 느끼게 해준다. 잘사는 큰집에 대해 늘 열등감을 느꼈다거나 공부잘하는 사촌에게 이기고 싶어 하버드를 간 것이 아닌가 하는 고백은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친밀감을 더해준다. 세월에 지나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신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하고 마음에 없는 소리도 해야한다. 그래야 분쟁없이 무난하게 버틸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스님은 나쁜 감정만 남기는 만남은 자제하라고 말씀하신다.

'좋게 좋게 잘 지내세요'라든가 '사람 사는게 다 그렇죠. 그냥 버티세요'했으면 많이 서운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다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하고 마음먹으라니 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더 잘 준다는 말이 있듯이 남을 존중하고 친절한 사람은 자라면서 자신이 그런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씀에 공감하게 된다.

나처럼 자기 존중감이 높다고 잘못생각한 사람은 남을 존중하기 보다 자신을 존중하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람인지 미처 알기 어렵다. 그리고 부모에게 못 받은 사랑때문에 자식에게도 절대적인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하다.

 

 

 

이 글을 읽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맞다! 그런데 스님은 어떻게 이 모든 인간사를 알고 계실까.  혹시 돈을 빌려주신 적이 있었던걸까? 소박하신 스님이 그럴리가 없을텐데 아무래도 주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터득하신 비법이지 싶다. 스님 빌려줄 돈도 없지만 을이 되기 싫어 절대 빌려주지 않을게요.  그냥 주는 경우는 있겠지만.

 

섬에 사는 나는 이 책을 섬에 들어가는 배안에서 읽었다.

남편과 다투고 마음이 어지러워 한곳에 집중하기가 무척 어려울만큼 힘든 시간이었는데 스님의

말씀을 읽다보니 어느새 스르르 마음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마음을 고요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나이가 들수록 알아가게 된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빛이 더 밝듯이 어둔 마음속에 들어온 책이 어찌만 환한지 마음속에 보름달이

뜬 것처럼 행복해진다. 스님 눈을 얼른 치우지 않으면 얼어서 치우기 힘들다고 하셨죠.

더 얼기전에 얼른 깨부수고 털어버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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