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도 없는 시골의
밤길, 삼나무숲을 걸으면서 마셨던 그 공기의 달콤함을 잊지 못했던 그녀는 다시 고향근처의 시골로
낙향해서 남은 생을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당시에는 서울에도 조금쯤은 시골분위기 있는 동네에서 깻잎도 따고 우물도 길어봤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학교로 향하던 길에 소똥이 간격을 두고 도열해있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드넓던 그 땅은 지금
하늘을 찌를듯한 건물들로 촘촘히 채워졌다.
가끔은 나도 어린시절
졸졸 흐르던 시냇물이 떠오르고 지천이었던 아카시아나무의 향을 기억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오히려
어린시절의 추억이 더 또렷하게 남는 것만 같다.
백수를 누리고 떠나는
동안 그녀의 기억에 담겼던 추억과 마주하니 한편으로 우리에게 할당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과연 지금의 아이들은 먼 훗날 어떤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될까.
가난하고 청량했던
기억대신 스마트폰의 게임과 학원을 오가던 기억만을 갖게 되지 않을까.
마당 한 귀퉁이에
채소를 키우고 마당에 고양이를 키우면서 한가롭게 책을 읽었을 작가의 평화로운 말년이 부러워졌다.
나도 그런 기억을 위해 섬으로 왔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자취'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취'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외롭지 않게 고양이라도 키우면 어떨까.
담담하고 청정한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