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의 머리카락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
구로이와 루이코 외 지음, 김계자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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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본작품을 많이 선호하게 된다. 홈즈가 등장하는
영국이나 뤼팡이 등장하는 프랑스의 추리물은 상당히 과학적인 추적이 있다면 일본추리물은
일본만의 특유한 색감이 분명히 있다. 뭔가 더 으스스하고 인간의 본성을 더 건드리는 전개,
그리고 아무래도 동양적인 사고가 깃들어서인지 권성징악적인 결말이 등장한다.
그리고 유독 추리작품이 일본에서 많이 나오는 것은 무슨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일본의 추리작가 몇 명쯤의 이름은 금방 알 정도가 된다.
이 일본추리물의 원조라고 해야할 작품이 등장해 많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첫번 째 작품인 '세 가닥의 머리카락'은 1889년, 구로이와 루이코의 작품이다.
루이코는 메이지 시대의 추리소설가로 추리물을 번역하면서 일본의 최초의 추리소설
'세 가닥의 머리카락'을 쓴 인물이다. 진짜 원조인 셈인데 130여년 전에 씌여진 이
원조소설을 만난 느낌은 정말 대단하다. 강가에서 발견된 의문의 시체 한 구!
신원을 확인할 만한 것도 없고 온몸에 상처를 입은 사내의 시체를 발견한 경감은
한 가닥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정보를 얻어낸 초보 경찰
오토모 군은 경감보다 많은 세 가닥의 머리카락을 이미 발견하고 챙겨놓은 상태였다.


이 머리카락으로 과연 시체의 신원과 범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
지금처럼 과학적인 수사가 진행된다면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곱슬기가 있는 머리카락만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허세가 심한 경감은 곱슬머리를 한 여성을 추적하고
그런 경감을 우습게 생각하던 오토모 군은 제법 과학적인 접근으로 범인을 찾아나선다.
인간의 머리카락은 비늘이 있고 그 비늘의 방향이 서로 엇갈려 있었다면 가발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가발을 쓰고 다니는 곱슬머리의 사내를 찾아낸다.
천연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일 것이라는 추론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리고 여자 하나를 두고 치정행각을 벌인 형제의 이야기까지 도달하게 된다.
당시의 수준으로 봐서는 상당히 과학적인 작품이라 놀랍기만 하다.


다음 작품인 '법정의 미인'은 추리물의 압권이라 할 만한 '반전'이 숨어있는 작품이다.
무대가 영국인 것은 참 의외이긴 하다. 초보의사인 다쿠조는 스페인과 영국인의 혼혈미인인
리파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리파는 이미 다른 사내와 비밀결혼을 한 사이였다.
사내는 이름까지 거짓으로 말하고 리파를 유혹한 귀족으로 바람둥이로 소문이 난 사내였다.
다쿠조는 의사직까지 포기하고 리파를 잊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두 허사가 된다.
어느 날 리파가 모든 사실을 알고 다쿠조를 찾아오게 되고 눈이 오는 새벽에 총을 든 리파를
마주치게 된다. 자신을 거짓으로 유혹한 사내를 죽이고 만 리파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도피를 하게되는 다쿠조.


하지만 신문기사를 통해 리파를 대신하여 범인으로 지목된 사내의 재판이 있음을 알게 된
다쿠조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재판정에 들어선 리파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밝히려는 순간 법정 소란혐의로 내쫓김을
당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반전의 묘미는 지금부터이다.

'유령'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스토리를 쫓아가게 한 '유령'역시 결말은 권선징악이었다.
무대는 영국이었지만 스토리는 전형적인 일본의 마을임을 짐작케한다.
당시 일본의 마을 이장이라면 주민들의 삶에 깊숙히 관여할 정도로 인정받는 자리였던 모양이다.
착한 부인을 죽었다고 속이고 이중결혼을 한 남편을 응징하려는 마음 주민들의 감정은 당시의
일본인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선이 악을 물리치는 결말 역시 그러하다.

원조 일본추리물이지만 지금 시대에도 결코 뒤떨어질 작품이 아닐만큼 정교하고 재미있다.
이런 작가들의 활약이 지금의 일본추리물들을 낳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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