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 -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집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법
오가사와라 분유 지음, 최말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아무리 백세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분명 내가 살날은 살아온 날들보다 적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죽음이란 단어가 무겁게 다가온다. 오래 건강하게 살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겪으면서 가족들을 힘들게 하다가 죽는 것은 아닐지 그게 걱정이다.
잘 살고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전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서류까지 남겨두긴 했지만 오는 것은 선택이 없었으니
가는 것만큼은 선택할 수 있게 정신이 흐리지 않고 깔끔한 마지막을 맞고 싶다.
'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이란 제목을 보면서 박경리 작가가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이렇게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닌지 최근에 '우아한 죽음'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지막을 꿈꾸지만 사망자 네명중 세명이 병원에서 최후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에서는 집밖에서 죽음을 맞으면 시신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임종이 가까운
경우 집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장례식장에서 인사를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마지막을 집에서 마치고 싶다는 소망을 떠나서 말기 환자의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사람답게 살다가 떠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의료법인 오가사와라 내과의 원장인 저자는 일본 재택호스피스협회 회장이고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고통스런 죽음대신 행복한 마지막을 보내도록 조언하는 의사이다.
말기암의 경우 끝까지 희망을 놓을 수 없어 항암치료를 하게 되고 그중 기적같이 회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치료로 인해 그 시간만 조금 더 연장했을 뿐 고통스런 죽음으로 향한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어떤 죽음이 더 바람직한지를 제시한다.
병원에서 수액이나 맞으면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말기환자들을 퇴원시켜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을 보내도록 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일이나 술까지도 권한다.
이미 죽음은 기정사실인데 굳이 생전에 좋아하던 일마저 끊을 필요가 없다는 조언에 공감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겁이나서 병원에 있겠다고 마음먹은 환자라면 모를까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면 언제라도 퇴원해서 '재택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권한다.
어떤 환자는 이 과정에서 통증은 줄이면서도 사람답게 살다가 생각보다 오래 연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마음이 편해지니 몸도 좋아져서 고통은 줄이면서도 떠날 준비하는 기간이 충분해
진다는 것이다.


 


곁에서 돌보는게 힘들고 두려워서 병원에서 최후를 맞도록 하는 가족이라면 할 수 없겠지만
내가 만약 환자이거나 보호자라면 저자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재택 호스피스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몇 년전 방영된 사례에서도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잘 보내다가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어떤 죽음이 옳은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호스피스 일을 하는 친구 수녀의 말이나 저자의 말은 일치한다.
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 더 없이 평화로운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 우리의 선택은 어때야 하는지
해답이 있는 책이다. 언젠가 반드시 가야할 그 길에 선 우리 모두에게, 특히 이런 환자를 둔
가족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어떤 마지막이 행복한 길인지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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