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송정림 지음, 채소 그림 / 꼼지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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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왔단다. 아직 가을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겨울은 뭐가 그리 급했을까.
올 겨울도 작년 겨울처럼 극악스러울까봐 벌써부터 목이 움츠러든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세상이 되어버려서 자꾸 겁이 난다.
누군가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손만 잡아주어도 잠시 기운이 날 것만 같아 자꾸 기대고 싶어진다.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왜 자꾸 허전해지고 불안하고 서글퍼지는걸까. 계절탓인가.
분명 밥걱정없이 사는 세상이 왔건만 가슴은 더 가난해지고 서글퍼지는데 사람들은 홀로 서라고
자꾸 떠미는 것같아 나이가 들어도 세상살이가 더 어려운 것만 같다.


 

 


이럴 때, 5촉 전구를 탁 켜주는 사람, 차가운 마음에 난로를 켜주는 사람이 내겐 있는걸까.
이렇게 가진 것 없는 내가 혹시 누군가에게 불을 켜주는 사람, 혹은 난로를 켜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걸까.


                

 


도대체 이놈의 사랑타령은 언제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유통기한이 불과 3년이 안된다는
사랑때문에 평생 마음앓이를 해왔건만 죽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숙제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가랑비처럼 소리없이 젖어드는 사랑때문에 지금도
몸살을 앓는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설레지 않는데 곁에 없으면 허전하고 그의 부재가
불편해진다. 이건 사랑인걸까, 집착인걸까.

 


늘 느끼는거지만 인생에도 표지판이 있고 등대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신호등이 있으면 더욱 좋고. 멈출 때 멈추고 전진할 때 전진하고 때로 옆길로 빠질 수도
있으련만 그저 희망일 뿐 인생은 그야말로 독고다이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였어. 누구나 이렇게 살아내는 일이 힘든거구나.  위안? 동지의식?
다만 지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치는 지점을 알 수만 있다면 나는 미련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훌훌 떠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섬에 들어와 말이 줄었다. 말많았던 내가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길에서 만난 사람과도 자꾸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
정작 중요한 얘기는 하나도 하지 못하면서 뒤돌아 오는 길은 왜 그런 쓸데없는 얘기만
했는지 후회가 되고 좋은 얘기라고 해준말도 맘에 걸린다.
그래 말이라는게 50년 넘게 해오면서도 잘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걸 늙어서야 자꾸 깨닫는다.

"나 정말 괜찮은 거니?"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묻는 일이 많아졌다.
과거엔 사는 일이 버거워서 돌아볼 기력이 없었고 지금은 배는 곯지 않는데 속은 허전해서
혼자 돌아보게 된다. 내가 살아온 고단함에 비하면 너희의 지금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말 할수 없어서 슬쩍 이 책을 건네고 싶어진다.
저자의 말처럼 많은 위로의 말보다 손한번 잡아주고 눈길하나 마주치는 기분으로 말이다.
그러면 잠시라도 기운이 나고 다시 일어나 걸어가는 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처럼 에세이처럼 다가온 책이다.
늘 그래왔듯 여전히 사는 일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손한번 잡아주고 등 두드려주는 따뜻함이
전해지는 그런 밥심같은 책.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한다.

 

 

 

*출팒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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