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이 특서 청소년문학 5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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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내내 어린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해졌다.  부산 영도구 대평동은 조선소와
항이 내려다 보이는 산동네이다. 부산시내에서 태종대를 넘어가는 영도다리를 건너면 있는
그 산동네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다 같이 가난했던 유년의 기억들이 겹쳐진다.


가난으로 인하여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막내 동생 동우를 키우다시피했던 그 무렵
육영수여사가 돌아가셨다니 나와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온 것 같다.
당시 6학년이었던 나는 어렸지만 뭔가 대단한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던 것이 떠오른다.
바다에서 삶을 건져 올린다는 것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월급쟁이 선장이었던 아버지의 사고로 엄마마저 선박의 녹슨 부분을 털어내는 깡깡이일터로
나서야했던 일이며 엄마를 대신해서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했던 맏딸의 애처로움.
돈을 벌겠다고 떠난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가족을 몰라라했던 일들이 묘하게
나의 삶들과 겹쳐졌다.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아파트공사장을 전전하며 어린 5남매를 키워야했던 엄마의 얼굴도.


힘든 삶을 꾸려가야 하는 엄마곁에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기둥처럼 버티고 서서 동생들을
거두느라 중학교마저 포기했던 어린 큰딸의 아픔들이 너무 절절해서 자꾸 눈물이 났다.
교복을 입고 학교를 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을지 나는 알고도 남는다.
1년 후 다시 중학교에 진학하려고 애쓰는 장면에서 끝이 나버려 은정이가 중학교에 잘 진학했는지 궁금해진다. 작가로서 성공했으니 어려움 속에서도 잘 이겨내고 공부를 하지 않았나싶다.


조그만 골목안에 다닥다닥 붙은 집 사이로 수돗가가 보이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을 보면서 가난했지만 사람 사는 것 같았던 그 때가 더 좋았던가 싶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 채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지금이 더 살기 좋다고 단언할 수 없다.
깡깡이를 하면서 어린 자식들을 키워낸 엄마는 이제 요양병원에서 치매로 죽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이제는 사위어가는 촛불마냥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시대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이 그렇게 살았다.

'깡깡이'란 말은 남편을 통해서 들었다. 목포 어딘가에도 그런 동네가 있었는데 그 시절
깡깡이 부대 엄마들 중 이제는 늙고 사라져 몇 안남은 할머니가 과거를 얘기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책의 주인공이었던 정은이가 막내 동우를 업고 영도다리를 오갈 때 즈음 남편도 그 근처
조선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추억여행으로 다녀온 부산 영도는 과거의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그 기억들은 여전히 남아서 아련하게 전해진다.

고단했지만 아름답고 가슴아픈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린시절의 나를 만났던 시간이었다.
이곳에 닿기까지 젊음을 헌신하셨던 어머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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