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키 서른 쎄븐
정새난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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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난 이 작가의 부모들을 사랑했다. 했었다가 아니고 사랑하고 있다 여전히.
남들과는 다른 깊은 음색을 지니고 아주 공평한 느낌으로 노래하는 부부듀엣.
그들의 정치색을 어떠했든 난 그냥 그들의 노래가 좋았고 지금도 애창곡 순위에
'촛불'이나 '떠나가는 배'가 존재한다. 나는 늙었는데 왜 그들이라고 젊기만 할 것인가만은
이 책을 쓴 작가의 소개글에 '정태춘','박은옥'의 이름이 나왔고 그들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잠시 얼음땡 했었다. 서른 일곱이나 먹은 딸이 있었다고? 더구나 이렇게 개성발랄한?


나 역시 서른을 넘긴 딸이 있다. 아직 결혼을 안했으니 이혼도 싱글맘도 아니지만 어쨌든
아직도 아이같은 딸아이가 있다. 만약 내 아이가 이 글을 쓴 주인공이라면? 읽는내내 왜 난
자꾸 내 딸아이가 겹쳐지는 것일까. 아마도 부모의 마음을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 셋이라는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것도 아주 오래 연애를 하고서-
서른 넷에 딸을 낳고 서는 다섯에 이혼을 한 딸아이와 그 딸의 딸까지 함께 사는 모습을 상상하면
조금 가슴이 아프다. 실패나 실수를 해서라기 보다 나는 멀쩡한데 남들이 오히려 더 부재의 결점을 각인시키는 시간들을 견뎌야 하는 것이 애처로와서.


그래도 당당해서 좋다. 기가 죽어 눈물이나 흘리면서 우울증 약을 들이키는 것보다 훨씬 보기 좋다.
고스족을 연상시키는 립스틱 검게 바르고 검은 원피스를 휘날리며 짜잔 활보하는 모습이어서 좋다.
아무리 그대가 자유발랄한 족속이라 하더라도 자식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처절하게 느끼는 것도 좋다. 그래야 저 클때 속 끓였던 부모맘도 알테지.
돌아온 싱글맘에 대한 시선을 시니컬하게 해부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돌아온게 어때서.


노래실력은 모르겠지만 필력하나만은 참 아깝다.  조각을 전공했다니 예술인의 끼가 없지는
않은데 이렇게 글을 속시원하게 실랄하게-자신에게 까지도-써 제끼는 당당함이 너무 좋다.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 숨어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 아닐 것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섹스나 오르가슴 얘기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애의 상대가 인간이든 기계이든 괘념치 말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가능하면 인간이면 좋겠지만.


톡톡 튀는 글에서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아이 부분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을 보니 역시 에미는
에미이지 싶다. 그것만큼은 쿨하기 어렵지. 어느새인가 예전 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고전적인
엄마 모습이 되는 것에 놀랐지? 톡톡 튀는 아이의 모습에서 과거의 네가 분명 있는데 말이야.

그냥 보여주는 삶말고 네 삶을 살아.
'연쇄연애범'이 되어 세계 곳곳에 지명수배가 내려지고 요주의 인물이 된다해도 톡톡톡...
그게 어울리는 모습같다. 인생은 블랙코미디라는 말에 공감한표!
그리고 어차피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것에 또 공감한표!
눈치보지 말고 립스틱 검게 바르고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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