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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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날들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아주 특별한 날들중에 며칠이나 기억할까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부지런히 다이어리에 메모는 하고 있지만 그저 무슨 일을 했고 해야하는지만 기록되어 있다.
누구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책을 읽었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자세한 기록은 없는 셈이다.
오래전 기록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알아챈 어른들이 매일 일기를 쓰라고 했건만 어린시절에도 개학이
다가와서야 일기장을 한꺼번에 채우느라 난리를 떨었었다.
사실 매일 간단하게라도 일기를 쓴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저자 529는 참 감성이 예쁘고 다소 소심한 구석이 있는 사람인 듯하다.
글로벌 메신저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하다 퇴사 후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대담한 면도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 담겨 있다.


 


88만원세대니 백조세대니 젊은 사람들이 독립하기 어려운 시절이라 더욱 자신의 자리가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의 그림에는 따뜻함과 다정함이 가득하다. 글에도 그림에도 분명 그녀가 담겨있었다.



길을 걷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한참을 서서 들었다거나 햇살이 좋아서 한참 볕을 쬐이는 모습에서
풍부한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살면서 늘 생각하게 되는 것들!
직업과 직장을, 꿈과 욕심을 구분하는 일에 많은 생각을 한다는 말에 자꾸 딸내미의 모습이 겹쳐진다.
생활을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현실을 쫓아야 하는걸까 꿈을 쫓아야 하는 걸까.
나도 오래전부터 늘 그런 선택에서 방황을 했었다.  살아있는 한 이런 고민은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어릴 때 먹기 싫었던 브로콜리를 먹고 '아기나무를 먹었다. 그런데 뱃속에서 아기나무가 커지면
어쩌지?'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글에서는 그녀의 순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심이 느껴져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미 어린시절부터 예술가의 감성이 태동되었던 일화이다.


프리랜서로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어찌 쉬울까. 그래도 거울을 보면서 '오늘도 정말 애썼다'라고
말하는 자존감의 모습이 기특하다.  그러게...토닥토닥 자신을 예뻐할 줄도 아니 얼마나 대견한지.
내 아이도 거울앞에서 이렇게 자신을 생각했으면...



그럼에도 1년 365일의 글에는 괜찮지 않았던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고 불면의 밤들이 그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에 그녀의 밝은 미래를 예감하게 된다.
이제 불면의 밤들은 꿀잠의 밤들이 되기를...그리고 부딪히는 아픈 시간들은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라고
위안하길...체온을 나누는 도도와의 시간들이 더 길어지기를....먼 곳에서 응원의 마음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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