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새벽 3시 10분, 드디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오늘 잠자기는 틀렸다.
책표지에 있는 저자의 사진은 아름답고 연약하게 보이는데 본명과 두가지 필명으로
판타지소설과 SF소설을 쓰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작가가 아닌가. 더구나 86생이라면
고작 우리 딸정도의 나이인데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들이 솟아나는 것일까.

해리 오거스트! 친부인 로리가 하녀였던 엘리자베스를 강간하던날 잉태된 아이였다.
귀족이면서 부자였던 친부는 얼마동안 그가 태어난지도 몰랐고 주인의 아이를 임신한
엘리자베스는 쫓겨나 기차역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어쨌거나 귀족의 씨앗이었던 아이는 가문의 관리인 부부에게 입양되었고 그들의 아들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윤회의 시간을 살아가는 칼라차크라였다.
죽고나서도 다시 처음 태어난 자리로 돌아와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닌 칼라차크라.
중국의 진시황은 불멸하기 위해 불로초를 구하러 전세계를 뒤졌다는데 해리는 그럴 필요도
없이 불멸의 삶을 살아야 한다. 축복일까, 천형일까.

 



친부로부터 버림받고 심지어 친할머니와 고모들로부터도 버림받은 해리는 무뚝뚝한
양부와 다정한 양모사이에서 성장했고 두 번째 삶을 살던 네 살무렵 자신이 과거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삶을 살다보니 전생의 기억들이
합쳐지고 그 사이 해리는 군인이었다가 의사였다가 사업가였다가 교수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처럼 윤회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그룹, 크로노스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의사였던 삶에서 만난 아내 제니를 사랑했던 해리는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지만 제니는
남편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여기고 해리를 떠난다. 그리고 해리는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병원에서는 그를 완전히 미친 환자로 취급하고 불법 주사까지 서슴치 않는다.
점점 피페해가는 와중에 나타난 피어슨이란 사내는 해리를 구출하지만 사실은 해리의
윤회에 대한 비밀에서 미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그 정보를 세계의 패권을 잡는데
쓰려고 한다. 버티는 해리에게 피어슨은 무지막지한 고문을 가하게 되고 그 순간
크로노스클럽 런던 지부장인 버지니아가 그를 구한다.


해리와 같은 불멸의 인간들의 모임인 크로노스클럽에는 환생하는 인간에게 미래의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렇게 전달된 미래의 메시지에는 '세계가 끝나고 있다'는 것과
그 멸망을 멈출 사람이 바로 해리라는 것을 알린다.
해리는 몇 번의 환생을 통해 세계의 끝을 향해 미래의 정보를 끌어다쓰는 크로노스멤버를
쫓게 되고 교수였던 시절 자신의 제자였던 빈센트를 의심하고 그를 쫓는다.


해리는 축적된 정보를 모아 자본을 모으게 되고 거부가 된다. 그리고 그 힘을 세계를
끝낼 인물인 빈센트를 찾는데 쓰게 되고 결국 러시아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빈센트는 우주의 평행이론을 밝혀줄 '퀀텀 미러'를 발명하고 해리는 그 '퀀텀 미러'가
세계의 멸망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
몇 번의 환생을 이어가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기억술사' 해리와 빈센트.
이제 '퀀텀 미러'의 발명을 저지하기 위해 빈센트를 죽여야 하는 해리와 그런 해리를
없애야 하는 빈센트의 피말리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스스로 신이 되고 싶어하는 빈센트. 그의 야망을 저지하려는 해리는 결국 빈센트에 의해
살해되고 빈센트는 그의 환생을 막기 위해 해리의 출생지와 부모를 알아내려 하지만
실패한다. 환생의 인간 칼라차트라는 태어나기 전 태중에 있을 때 죽게되면 영원히 죽게된다.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현생의 기억을 소멸시키는 '망각'을 시도하지만 그마저 실패한다.

지루한 어린시절을 거쳐 다시 성인이 된 해리와 역시 환생을 한 빈센트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거리를 좁히게 된다. 이 장면들이 정말 압권이다.
이미 '망각'을 거쳐 모든 기억을 잃은 것처럼 연기하는 해리와 자신의 곁에 해리를 두면서
과연 기억을 잃었는지 확인하려는 빈센트. 정말 해리의 연기는 아카데미상을 줘야한다.
자신을 던져가면서까지 인류를 구하려는 해리의 활약은 눈물겹고 감동스럽다.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는 끊임없이 환생하는 칼라차트라가 아니고 불멸의 시간을 사는 존재였다.
하지만 칼라차트라는 수명의 길이는 다르지만 결국 최초의 탄생의 시간으로 되돌아와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한다. 전생의 기억을 차곡차곡 쌓은 채로.
정말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불멸의 존재들은 행복할까. 아니 '망각'을 선택하는 칼라차트라가
있는 것을 보면 모든 기억을 쌓는 환생의 삶은 정말 고통스러울 것 같다.

평행우주론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의 무모한 실험과 전세계와 기나긴 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내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두툼한 두께의 스토리지만 중반 이후 부터는 절대 책을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처럼 꼬박 밤을 세지 않으려면 아침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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