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도 3 (반양장) -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세계는 잔물견을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색깔을 띄게 된다 세상의 용도 3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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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니콜라 부비에의 첫 번째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다 달았다.
이란을 떠나 카불로 향하는 여정역시 쉽지 않았다. 신발과 같았던 자동차 피에트도
힘든 여정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 앉았고 친구인 티에리조차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실론으로
향했기 때문에 니콜라는 추운 날씨를 견디면서 트럭을 얻어타는 여정을 견뎌야했다.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나는 왜 니콜라가 여행이 아직은 쉽지 않은 그 시대에
길을 떠나야만 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니콜라는 이 여정 이후에도 오랫동안 여행작가로
세계를 누비긴 했으니까 아마도 그의 운명에 '역마살'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가 지닌 감수성의 표현으로 아주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리긴 했지만 분명 당시에는
여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들먹 거리는 세관원이나 경찰, 군인들이 등장하고
거지나 술주정뱅이, 창녀들이 등장하는 무대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풍경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글쓰는 재주 하나로 여행경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힘들었을테고 친구인 티베리의 그림이
아니었다면 여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티베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황달에 걸려
도중에 여행을 포기하게 된다. 니콜라에게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나눠주는 모습에서 그들의
우정이 느껴진다. 결국 책의 말미에 인도로 향하는 것으로 이 여행을 막을 내리게 된다.
동반자가 없어 외로웠거나 경비가 없어 포기했거나 하지 않았을까.


얻어탄 트럭에는 다 죽어가는 닭들과 닭똥을 묻히고도 실실 웃는 노인과 율법학자들이
같이 타고 있었다.  더구나 운전기사들은 짐칸을 개조하여 거대한 짐을 싣지 못할만큼
싣고 다녔고 아직 엉망진창인 도로와 절벽의 사잇길을 운전해야했다.
사고가 나도 다 신의 뜻, 혹은 운명이라 여기며 니콜라는 점점 아시아인들의 사고를
닮아가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나라보다 미개하다고 믿어지는 아프가니스탄이 좋다고 말한다.
그가 누렸던 문명이나 문화조차 없는 그 가난한 나라의 무엇이 그를 매료시켰을까.


6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이 책을 읽어도 과이 거리감이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시대를 초월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가난한 여행에 도움을 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참모습이 느껴졌다.
단순하지만 신의 뜻대로 순하게 살아가던 아프가니스탄은 어느 민족에게도 두려움이 없었는데
결국 몇 십년후 소련으로부터 침공을 당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저 너무 순하고 남을 믿으면 이런 결과를 당하는 것이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후에 니콜라는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서 친구인 티베리를 만나 1년여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한국에까지 여행을 했다니 그의 발길이 우리나라 어디를 머물렀는지도 궁금해진다.
닿지 못했던 시대와 공간을 잠시 타임슬립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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