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 두 번째 이야기 - 말랑말랑 고양이 같은 매일매일 휴지통 2
백여진 글.그림 / 위즈플래닛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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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느긋하게 살아도 좋은건지 부럽다 못해서 걱정스러운 마음마저 든다.
굳이 얽매이는 곳 없이 유유자적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부럽지만
불안정한 일이라 계획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보여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이것조차 내 기우였으면 하지만.
서른 살이라면 이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나이를 넘어섰고 뭘 하고 남은 생을 살아야할지
뚜렷한 목표가 정해지는 나이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기있는 만화를 그리는 작가의
길을 찾은 저자의 시간들이 기특하다. 분명 요즘사람이긴 한데 하고 많은 동네중에 삼청동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 자체가 요즘사람답지 않는 구수함이 있다.


 


패션에도 그닥 관심이 없고 오래된 골목길을 휘적휘적 산책하는 취미가 있는 것까지
요즘사람 답지 않다. 오래된 동네를 마춤옷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것까지 말이다.
유유상종이라더니 펑크마녀 곁에 있는 사람들마저 그녀를 닮았다.
조금쯤 가난한 친구를 위해 일부러 장을 더 봐와서는 슬며시 건네주는 모습이며 혹시나
굶고 있을까 자주 불러 식사를 챙겨주는 모습까지 깍쟁이 요즘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다.
그래서 고양이 '두부'가 그녀의 집에 오게 된 것이 아닐까.
좁디 좁은 방에 고양이를 들이고 서로 기대는 모습들이 정겹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끼리는 서로 통하는 점이 분명 있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있는 사람은 분명 사랑이 그득한 사람이라고 믿어진다.
원하지 않았지만 집에 들이게 된 우리집 반려견 토리를 키우면서 내가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엄마 참 많이 따뜻해진거 같아' 라는 딸아이의 말을 더듬어 보니 뾰족뾰족했던
내 마음이 토리때문에 조금 둥글어진 것도 같고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기다보니 부드러운
심성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토리를 키우지만 내 마음을 토리가 다독여주는 것이리라.
다만 털과의 전쟁을 잘 견디기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웠으면 좋겠다.
나도 또다른 반려견 막둥이와 토리의 털로 이불을 삼고 옷에 장식처럼 달고 다니기도 하면서
심지어 제법 먹기도 했을 것이다. 다행히 털 알레르기가 없지만 털에 대한 문제만 없다면
정말 좋을텐데.


OECD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오늘도 절망하고
포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푸근한 웹툰을 봤으면 싶다.
'당시에는 커다란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희석되어가고 어떤 방향으로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라는 말을 담아주었으면 해서.

느긋하게 삼청동에서 홍대를 걷고 그나마도 없는 생활비를 털어서 좋아하는 중고책을 사대는
예쁜 아가씨의 그림에서 욜로다운 삶을 발견한다.
화려한 장미같은 삶이 아니라 들꽃처럼 싱그럽고 소박한 삶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이제 펑크마녀의 다음 이야기에 담길 이야기가 또 궁금해진다.
두부와는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삼청동 오래된 골목 어딘가에 씩씩하게 느긋하게 잘 살고 있는 마녀의 다음이야기를 기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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