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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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들끓고 있다. 이제 여름은 더 길고 더 악랄해졌다. 이럴 때 마다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닐까. 정말 잠시라도 그의 작품을 붙들고 있으면 더위를
잊게되곤한다. 역시 이번 작품도 폭염이 2주동안 계속되는 한낮의 정오부터 읽기 시작해서
고작 세 시간만에 읽어버렸다.

 


여성추리소설가인 '나'는 자신의 작품을 출간해주는 출판사의 편집자 후유코로부터
프리랜서 작가인 가와즈 마사유키를 소개받는다.  사실 후유코가 먼저 맘에 두었던
남자였는데 어쩌다보니 '나'와 연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혼녀인 나와 가와즈는 서로 적당한 선을 두고 결혼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
쿨한 상태였던 어느 날 저녁 가와즈는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는 이상한 말을
남긴 채 살해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가 남긴 자료를 받기로 한 날 누군가 '나'의 집을 칩입해 자료를 가져가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과연 가와즈가 남긴 자료에는 무슨 비밀이 있는걸까.


편집자이지만 친구이기도 한 후유코와 함께 가와즈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1년 전 Y섬으로 향하는 요트가 뒤집히는 사건속에 가와즈가 함께 했었고 그의 죽음에는
이 무인도에서 일어난 사건이 원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했던 일행들을 조사하던 중 내가 만나기로 했던 일행들이 차례로 살해당한다.
마치 내가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을 미리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왠지 일행들 모두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그 섬에 있었던 일을
알려줄 사람은 바로 요트의 주인이면서 처음 여행을 제안했던 스포츠플라자의 사장 야마모리의
딸 유미라고 결론을 내린다.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 소녀만큼은 비밀을 숨기지 않았을 것이기에.


 


나는 일본 특유의 추리소설의 색감을 짐작한다. 그리고 추리소설의 특성상 범인은 항상 멀리 있지 않고 늘 사건을 쫒는 사람곁에 있었기에 이번 작품도 '나'를 잘아는 누구일 것이라고 미리 짐작해 보았다. 오로지 추리물을 많이 읽은 독자의 감으로 말이다.
그리고 읽는 내내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이 연상되었다.
기차안에 있었던 모두가 범인이었던 작품. 역시 요트를 탔던 일행들 모두가 범인인걸까.
서로가 입을 맞춘 듯 숨기는 진실은 무엇인지 결론에 다가갈수록 초조해졌다.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단 11글자속에 숨은 진실은 어이없이 죽음을 맞은 연인의 복수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범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가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었다고 믿는다.
과연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 있는걸까.

모두가 가해자였지만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했던 비겁한 사람들의 비밀을 '나'는 경찰에
말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이렇게 추리소설가라는 이유로 작품으로만 남길 뿐이다....
오로지 이 사건의 진실은 이 책을 읽은 독자만이 알 것이다.  -'나'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짜임새다. 죽음에 얽힌 비밀이 다소 비겁해보이는 것이 아쉽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그 순간에 정말 그런 제안을 하는 인간이 있기는할까.
그런 인간이 있었다면 나 역시 죽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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