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마미야 유리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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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민족마다 특유의 색깔이 있다. 일본인의 특징이라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예의바르고 속을 주지 않는 편이고 이기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존댓말이 없는 언어가 많다고 들었는데 일본어는 우리나라처럼 존댓말이 있는 모양이다.
스물 아홉의 마시마군과 같은 학교 선배이면서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서른 살의 사이키.
사이키와 같은 대학 출신의 대학 연구원 시게타, 시게타의 술친구인 스물 여덟의 나카스기.
이렇게 네 사람은 마시마의 엄마가 살고 있는 사도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스무 살도 안되어 결혼을 한 부모가 마시마가고등학교 때 이혼을 하고 아버지는 새 여자와 재혼을 엄마는 사도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다. 언제든 꼭 한번 오라는 연락을 받고 생각지도 못한 일행들과 사도여행을 나선 마시마. 엄마는 아버지를 떠나 다른 여인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후 홀로 살게 된 마시마는 선배인 사이키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반할만큼 잘생긴 사이키지만 이기적인데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사는 장애를 지닌 사이키.
사이키 역시 외과의사인 아버지의 무관심과 지금은 피부과의사가 된 누나의 잔소리. 그리고 결국
엄마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로 인해 늘 눈물을 달고 살았던 엄마의
기억때문에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채 독고다이로 살아가는 사이키는 강박증세를 가진 환자이다.
대학 연구원이라고는 하지만 과제가 끝나면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하는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시게타는 연구 서른이 되었을 무렵 연구를 도와주는 기술 보조 연구원이었던 스물 여덟의 하나에를 만나 결혼했지만 이혼을 한후 하나에는 교토의 친정집에서 아들인 야스를 키우고 살고 있다.
이혼의 이유는 살짝 모호했단. 권위있는 문과교수의 딸인 하나에는 남편과의 관계는 신경쓰지 않고 친정식구와의 교감에만 열중했고 지금도 친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 영업소를 둔 주택 설비회사에서 영업일을 하고 있는 나카스기는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직장생활에 환멸을 느끼지만 딱히 다른 일을 찾지도 못하고 지쳐가고 있다.
여자친구인 시오리는 집착이 강한편이어서 수시로 나카스기에게 전화를 걸거나 결혼을 조르는 중이다.  그러던 차에 술친구 시게타의 권유로 네 남자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네 명의 남자들은 모두 어딘가 구멍을 가지고 있다. 마시마는 외동인데다 부모의 이혼으로 홀로
살아가면서 선배인 사이키를 좋아한다. 주변에서는 혹시 동성애자?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시마의 엄마는 현재 여자와 동거중이다.
혹시 마시마에게도 그런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심각한 사람은 사이키다. 엄마와 둘이 살다가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자 홀로 남겨진 사이키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시간을 정해 모든 일을 해내야만 안심을 할 수있는 사이키를 위해 그의 엄마는 '사이키메뉴얼'
을 만들어 놓았을 정도이다. 교감능력이 떨어지는 그가 왜 이 여행에 열심히 동참하는지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시게타역시 하나에의 요구로 이혼에 응하긴 했지만 도무지 하나에를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하나에가 친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다시 합치고픈 마음도 있다.
불안정한 직장과 이혼후의 고독한 활에 같은 학교 출신 후배였던 사이키의 여행제안에 망설임없
응하게 된다.


'물건이다. 나는 물건이다'를 속으로 되뇌이며 지쳐가는 나카스기는 바쁜 현대생활에서 소모품처럼 살아가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얼른 결혼해서 손주를 보게 해달라는 할머니의 채근에도, 여자친구와의 연애도 심드렁하기만 하다.

사도로 향하는 여행에서 네 남자는 각자의 성격과 처한 입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실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만큼 친하지도 않은 네 남자의 동행은 어설프지만
서로가 기대는 모습에서 고독한 현대인, 특히 마음을 잘 나누지 못하는 성근 남자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손주와 함께 아타고 산에 오르라는 장인의 명령으로 아들인 야스와 함께 등산을
하게된 네 남자의 모습에서 가끔은 이기적이고 또 가끔은 서로가 기대는 모습들이 잘 그려진다.
이 책의 제목을 '존댓말'로 한 것은 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감이 있는 네 남자의 사이를
표현한 것이다. 쭈뼛거리기도 하지만 각자 자신의 과거를 만나고 현재를 인식하는 과정이
의미있다. 특히 사이키가 새로운 사랑에 도전하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법. 고독한 네 남자의 삶에 윤기를 더하는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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