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으로만 보면 요즘 한창 뜨는 현지에서 살아보는 여행에 관한 책이라고 오해할만도 하다.
하긴 이왕이면 한달쯤 살아봐야지 꼴랑 24시간이라니 너무 아쉬운 일정인데...하고 책을 열면
이건 시,공간을 넘어선 거대한 시간여행임을 알게된다.
2000년 전 로마인을 일상을 24시간으로 나누어 밀착하는 여정이라니 정말 기발하기만 하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가 한 때는 유럽의 대부분을 휩쓴 제국이었다는 사실은 모두 알겠지만 이토록 리얼한 삶을 살았다니 정말 대단한 제국이 아니었던가.


일단 각계각층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켜 당시 로마의 일상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놓음으로써 역사를 재미로 만든 저자의 생각이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역사가 아니라 에세이겸 소설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지금의 시간감각을 가진 현대인들이 보면 로마인들의 시간감각은 영 다르기만 하다.
스페인에만 있을 줄 알았던 시에스타가 당시에 로마에도 존재하고 있어서 오전일찍, 아니 새벽일찍 일상을 시작하는 노예들이나 빵집주인을 제외하곤 상당히 늦게 오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만찬은 아주 늦은 밤에 시작하여 새벽녘까지 이어지곤 했단다.
당시에 이미 시간과 시계 개념이 있었고 심지어 알람시계까지 존재했던 로마의 일상은 풍요롭다
못해서 만용이 아니었던가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학생들은 일찍 학교에 가야했고-학교의 개념이 그리 완벽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회당을 빌려쓰는 형식에다 선생의 신분도 상당히 낮은 편이고 이런 혜택조차 누리는 아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여종이나 노예들이 넘쳐나서 목욕탕에서 때를 밀거나 오일을 발라주고
온갖 궂은 일은 다했으니 로마에서 귀족들은 엄청 살만 했을 것 같다.


 


목욕탕이 동네마다 있어서 나름 청결에는 유난했다고 하는데 화장실이나 오물에 관한 개념은
좀 희박했던 것 같다. 세탁물을 다루는 곳에서는 당시 세제가 없었을테니 인간의 오줌이 그 역할을 대신해서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값싼 노동력이 넘이다 보니 과학의 필요성을 과히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로마가 더 큰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멸했는지도 모른다.


 



사이사이에 기록되어있는 역사나 풍자시들을 끼어놓았는데 하드리아누스황제가 우연히 목욕탕에서 가난한 참전용사를 만난 일화에서는 폭소가 터지고 말았다.
당시에는 노예들이 전신을 맛사지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 노예를 살 형편이 되지 못한 참전용사의 사연을 들은 황제가 노예와 돈을 선물했다는 소문이 돌자 수 많은 남성들이 벽에 몸을 문지르며 황제의 주의를 끄기 위해 노력을 했단다. -물론 동정을 얻어 노예나 돈을 거저 얻어보겠다는 속셈으로-
황제는 그 남성들을 모두 불러 모아 말했다. '두 명씩 짝지어라!'
푸하하 정말 대단한 위트가 아닌가 분명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화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컸던 남자들의 당황한 모습들이 떠올라 자꾸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노예나 여종, 검투사, 여사제, 감찰관, 매춘부들의 하루일상을 통해 로마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놓은 이 책을 보니 파노라마처럼 영상이 그려진다.
책을 덮을 무렵이면 이미 24시간이 아니라 수 백년의 역사를 함께 지나온 느낌이 될 것이다.
당시를 풍자한 시를 보면 더욱 재미있는 모습이 상상되는 책이다.
역사란 이렇게 흡수해야지 공부로 생각하면 어렵다. 그냥 그 시간속으로 들어가 보는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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