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 - 단 한 번뿐인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아오야마 슌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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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연꽃 씨앗이 발아하여 꽃을 피웠다니 믿어지시나요?
유적지에서 발견된 세 개의 씨앗은 죽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을겁니다.
하지만 씨앗중 하나가 꽃을 피워 살아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흔히 땅에 떨어져 죽으면
생명으로 부활한다고 하는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혹시 지금의 우리도 세 개의 씨앗일지 모릅니다. 그 중 몇 개가 살아나 꽃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그런데 연꽃은 맑은 물에서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긴 연꽃이 화려하게 피어난 곳을 가보면 주변의 물들이 잔뜩 흐려있던게 떠오릅니다.
식물학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연꽃이 발아하고 꽃을 피우는 최적의 조건은 바로
진흙인 모양입니다. 물고기도 마찬가지라고 하죠.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
그건 아마도 천적에게 눈에 잘 띄어 잡혀먹을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일겁니다.
아무튼 이 책의 제목속에는 병이나 슬픔 고통을 겪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내가 8년 전 이 섬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섬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10월의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닷빛이 서로 어우러져 도시에 찌든 눈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낮은 돌담들의 모습이며 그리 높지 않지만 아늑한 산길을 걸어 등대에 이르면 멀리 제주도까지
보이는 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이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마주친 풍경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풍경에 혹해서 섬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지금은 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풍경이 되고 보니 섬의 아름다움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늦은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되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주변에 사는 분들의 나이를 평균해보면 거의 60은 족히 되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섬은 나이가 제대로 들었습니다.
도시 역시 70정도 나이로는 경로당에 가기도 살짝 미안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나이도 묵직해졌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할일도 갈곳도 너무 없어서 쓸쓸함을 넘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아마도 스물 셋 무렵이지 싶습니다-지금의 이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쭈글쭈글한 주름과 늘어진 뱃살은 내 생전에 없을 듯 했습니다.
늙음이란게 좋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없이 부득불 닥칠 일임에도 젊은 시절에는 짐작도 하지 못합니다. 평생 그렇게 젊은 것이란 호기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접혀지는 허리처럼 기도 꺾입니다.
때로 늙어갈 수록 멋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흰머리조차 고고해보이고 부드러운 주름에는 편안함이 깃든 그런 사람.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 내 늙음이 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스님의 말씀대로 인생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봅니다.
백세시대라니 나는 고작 반 정도 온 셈이거든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십 년후, 이십 년후에 내모습이 또 달라지겠지요.
지금부터는 어려서 반복했던 실수를 피해 잘해보자고 다짐해봅니다.
그래도 아마 또 비슷한 실수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겠지만 실패는 하지 않겠다고 노력하겠습니다.
진흙속에서 피는 연꽃의 고고한 아름다움이 인생에는 없겠습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다가올 시간을 겸허하게 기다려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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