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8년 전 이 섬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섬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10월의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닷빛이 서로 어우러져 도시에 찌든 눈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낮은 돌담들의 모습이며 그리 높지 않지만 아늑한 산길을 걸어 등대에 이르면 멀리
제주도까지
보이는 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이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마주친 풍경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풍경에 혹해서 섬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지금은 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풍경이 되고 보니 섬의 아름다움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늦은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되니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