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그런 마음
김성구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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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나는 잘 쓴 책을 만나면 참 행복해진다.
서울에 살때는 작가와의 만남이 있으면 부지런히 쫓아가서 책으로 만났던
작가를 눈으로 확인하고 행복해 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책의 저자들을 다 만날 수는 없다. 그저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색채만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둘 뿐.
때로 책에서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가 아니어서 실망한 적도 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인데 너무 이기적인 느낌을 받았다거나 따뜻하지 않아서
차라리 만나지 말걸 싶은 적도 있었다.

                


샘터를 오랫동안 만나면서 표지 맨 뒷장에서 항상 만나는 저자의 글을 모은 이 책은
참 따뜻하다. 아무렴 오랜 갈증을 풀어주는 것 같은 귀한 샘터의 사장인데 이기적이고
차가운 사람이면 사장을 하겠어?
그리고 더욱 반가운 것은 나와 한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이라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비슷한 세상풍파를 겪어왔을 터라 공감대가 많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홀로되신 할머니가 외아들을 키우고 다시 네 명의 손주를 보셔서 일가를 이룬 이야기도
아름다웠고 북에서 피난 내려오신 이야기도 내 부모님의 이야기와 같아서 좋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어머니 속을 그리 썩여드려서 그런지 자식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말에도 공감 콕콕 누르고 싶어진다.

                


예부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악인이 없다고 하더니 홀로 산에 올라 나무와 노닥거리는게
좋다니 천상 자연인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싶다.
산벚꽃나무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꽃망울을 숨기고 기다렸다는
일화에서는 살짝 감동의 물결이 일기도 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가 한 자리에서 수십년, 아니 수백년을 사는 일은
참 거룩하게 다가온다. 백 년도 채 못사는 사람들은 그 짧은 시간동안에도 수많은 비바람에
꺽이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가.
책과 관련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참 다르구나 싶다.
햇살 한 줌, 별빛 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본다.
그래서 주옥같은 글을 쓰기도 하고 책을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다.

                


책마다 작가의 그릇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뜨거운 열정과 눈물로 지나온
삶이 느껴진다. 책과 함께 들어있던 '한번 밀어주라'는 때수건의 의미가 참 위트있어
더 정겨웠다. 꼭 아들을 낳아 함께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고 싶었다는 아비의 소박한
소망은 이루어진것 같아 흐믓하다.
이제 서른이 훌쩍 넘었을 아들 지원이는 화가가 되었는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언젠가 손주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3대가 때를 미는 순간이 오지 않겠나.
007 제임스 본드를 꿈꾸던 남자가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민들레 홀씨처럼 살아가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그저 포켓에 넣어 다니면서 아무때나 읽어도 좋고 슬쩍 이웃에게 건네주어도 좋은
토막같은 이야기속에 담뿍 담긴 '사는 이야기'에 읽는 사람 모두 잠시 살아온 시간들을
더듬을테고 살아갈 날들을 기약하겠지.
나 잘 늙고 있는걸까? 하고 되돌아본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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