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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평점 :
역사책을 만날 때마다 나는 가슴이 설렌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는 어렵다고들 하는데 쉽지 않은
학문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공부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시간들을 즐겁게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겠는가.
특히 우리나라 역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햑자들간에 견해차가 많았고 이후 교육자들간에
해석이 달라 말이 많았던 학문이기도 하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때에 역사공부는 중요한 과목이었으나 대학입시의 중요과목에
포함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같이 밀려있다가 최근 다시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이런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미디어에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했었고
그동안 어렵다고 여겼던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준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일선에 바로 이 책의 저자 신병주 교수가 있다.
'역사 저널 그날' 은 참 재미도 있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역사를 얘기하면서 늘 웃음이 끊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패널들의 힘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책을 본 순간 저자이름을 보고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가
있었다.
유구한 역사중에 '조선'을 산책하면서 느낀 점은 작지만 큰 나라,
그리고 어느나라에도
결국은 종속되지 않게 버티는 저력이 있는 강한 나라였다는
것이었다.
태조의 건국이후 왕자들의 난으로 정통적인 승계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군'이라는
이름으로
진정한 왕으로 대접받지 못한 왕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은 거대한 중국과 간교한
일본에
흡수되지 않게 버틴 강인한
왕국이었다.
조선의 왕 27명 중에 가장 존경하는 왕을 꼽으라면 단연 세종과
정조이다.
지금 우리가 IT강국으로 큰소리를 치고 살 수 있었던 것도 세종의 덕이고 당쟁으로
인해
피폐한 나라를 잠시나마 번영의 꽃을 피웠던 왕이 정조였다.
그 두 왕이 재위했던
시절 이루어낸 수많은 업적들이 결국 후손에게 찬란한 자산이 되었다.
이런 민족의 저력을 지니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열정적이고 치밀했다고 전해지는 정조가 서화에도 능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림을 볼 줄 모르는 아마추어의 눈에도 제법 잘 그린 그림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의 시간들을 살다간 위인들이 어디 한 둘이랴마는 왕의 권력이나
부를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았으면서도 거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루었다고
믿는다.
장영실이 천민출신의 과학자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 아버지가 원나라에서 귀화한
사람임을
처음 알았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역시 한폭의 지도화가 아니라 절첩식의 거대한
지도임도
알게된다. 조선이 중국에 비해 모든 것이 늦었지만 수많은 과학자와 수학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조선의 왕들중 어진이 전해지는 것이 몇 점 되지 않아 너무
아쉽다. 한국전쟁당시 화재로
소실되었다는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대단한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대단한 유산이 될 뻔했기 때문이다.
글로 전해지는 역대 왕들의 삶도 어진이
있었다면 더 리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정조의 할아버지이면서 조선 최장수 왕인 영조의 성격이 그래도 전해지는
어진을
보니 그 믿음이 더욱 확고해진다. 엄청 깐깐한 노인네가 분명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기록이라는 것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역대 사라져간 수많은 나라들의 대부분이 문자가 없었고 시대에 대한 기록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문자가 있다고 해서 조선만큼 치밀한게 역사를 기록한 왕조도 거의 없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어디에도 흡수되지 않고 이렇게 번영된 시간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힘이 기반이 되었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의 이 시간도 언젠가 역사가 되고 이
글을 쓰는 바로 지금 판문점에서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긴 시간을 함축시켜 행복한 산책을 즐기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