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끝에서 개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어려서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나는 개를 몹시 싫어했었다.

멀리서만 봐도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거나 개를 기르는 집안에 들어가는 것도 너무 싫었다.

그리고 개를 키우는 집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도 싫고 여름이면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개짓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말 개를 싫어했다.

그러던 내가 지금 집안 마당에 개를 두마리나 키우고 있다. 아이들은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일까 '개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이란 제목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들었다.

이젞껏 살면서 내가 개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공의 적으로 여기며 살았던 지난날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랄까.


 


전직 형사인 미츠는 이동도서관차를 운영하며 마을을 돌면서 아이들에게 간식까지 챙겨주는 아저씨다.

히로무는 11살로 미츠의 이동도서관차에 가장 열성적인 고객으로 특히 만화책을 열독하는 아이다.

세 살때 어린이보호시설로 보내져서 지금까지 시설에서 살고 있는 히로무는 차라리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라든가 누가 자신을 유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자존감이 없는 아이이다.

그렇지만 만화만큼을 너무도 좋아해서 뚱뚱보 대머리 도서관장 미츠랑은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차를 같이 타고 가던중 이상한 남자와 부딪히게 되고 남자는 만엔짜리 지폐 몇장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사라지고 만다.

전직형사인 미츠는 남자의 행동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남자가 사라져버려 더 이상 쫓을 수가 없다.

사실 이 남자는 보이스피싱에 낚여 누군가에게 돈을 건넨 할아버지의 돈을 주워서 줄행랑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겨우 알바로 연명하고 있는 남자 마지마군은 애견미용사인 아미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녀의 소원인 애견미용실을 차려주고 싶어 주운 돈을 몰래 감춰두고 돌려주지 않을 심산이었다.


사깃꾼에게300만엔이라는 거금을 털릴뻔한 노인은 식당을 운영하다 아내가 죽자 아들마저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떠나자 죽은 듯한 삶을 살아간다. 그의 곁엔 고로라는 개만 지키고 있을 뿐이지만

노인은 조그마한 창고에 고로를 묶어 놓은 채 밥만 줄뿐이다.


히로무는 자유를 잃은 고로를 탈출시키기 위해 미츠와 작전을 개시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외로운 사람들이다.

어린시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홀어머니와 살아온 아미, 가족과 헤어져 홀로 지내는 이동도서관장

미츠, 아동시절에서 자라고 있는 히로무.

하지만 그들의 곁엔 한결같이 외로움을 덜어주는 개들이 있다.

히로무의 눈에 자유를 결박당하고 사는 불쌍한 개 고로는 사실 주인을 지키는 충성스런 개였고

사고로 죽은 미츠의 아들 마사미 곁에도 경찰견 출신 발드르가 있었다.


 


일보다 가족을 우선했던 것이 더 폼나는 삶이라고 생각했던 미츠는 결국 아들을 잃고 나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고로를 키우는 노인처럼 미츠역시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만약 그 때 아들 마사미와 함께 축제에 같더라면 지금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각기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고독한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아픔을 치유해 나간다.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들 곁에서 묵묵히 사랑을 키우는 개들이 있어 그들의 고통이 줄어들었다.

주인들에 의해 학대받고 다리가 잘리는 고통에 허우적거리기도 하지만 그들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우린 때때로 고통스런 운명에 굴복당한다. 하지만 누군가 살며서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준다면.

삶을 달라질 것이다. 우리 곁에서 그저 주인들의 처분만 기다리는 작은 생명들이 보여주는

작은 기적들이 참 감동스런 소설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TV동화를 보는 것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리고 어미에게 버려져 길을 떠돌던 강아지가 내 집으로 들어와 사랑스런 가족이 된 토리에게

내 사랑하는 마음을 전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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