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7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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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외계인이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제목만 보고 인간세상에
숨어 있는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인간세상에 살면서도 인간세계에 흡수되지 못하고 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이들을 '외계인'이라고 말해도 좋겠구나 싶다.
이제 열 여덟의 사우는 학교를 그만두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홀로 지내게 된다.
사랑했던 엄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사우를 친가에 맡긴 뒤 먼 도시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살 수도 있었겠지만 학창시절 사우에게 닥친
시련으로 사회부적응증에 시달리는 사우를 아버지는 부담스러워했다.
그동안 고모집에서 살던 사우는 진정한 독고다이가 되기 위해 마당 한가운데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 2층에 세들어 살게 된다.

                


사우가 돈키호테로 명명한 집주인 아저씨와 오십이 넘었다는데 20대처럼 동안인 아름다운
안주인 찔레꽃씨와 딸인 미미가 사는 그 집에는 이상한 일들이 공존하고 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곤 하는 말하는 고양이가 있는가하면 술만 먹으면 주사를 부리는
돈키호테씨가 있고 한글을 알지못하는 찔레꽃씨는 자신의 책을 내고 싶다며 사우에게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딸인 미미는 외고 기숙사에 있어 주말에만 집에 오지만 알고보니 돈키호테씨와 찔레꽃씨의
친딸이 아니라고 한다.
햇살 가득한 2층집이 부담스러워 성경책을 뜯어 창에 붙일만큼 어둠속에 갇히길 원했던
사우는 이상한 집에 살면서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걸어나오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살지만 외계인처럼 세상에 종속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우는 어린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같은 피해를 당한 친구 인영이처럼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고발을 했지만 오히려 도태당하는 억울한 사람들도 많다.
그냥 눈 감으라고 힘있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어른들은 가르친다.
정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할 어른들은 힘과 돈에 굴복당하고 아이들에게 비겁함을 보여준다.
비슷한 피해를 당한 찔레꽃씨 역시 용기를 내려놓긴 했지만 사우를 통해 쓰고 있는 책에
사실을 알리고 싶어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이제 밥은 먹고 살만하고 연휴면 국제공항이 미어터지고 우주로 여행을 가는
부자들이 늘어나는 세상에서도 힘과 권력이 사람을 억압하고 여전히 득세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산나무처럼 우뚝썬 무화과나무가
있는 2층집에 모여든 사람들을 통해 현실을 보여주려 했다.

비겁한 어른들을 흉내내어 사우를 등쳐먹는 진구라는 아이는 요즘 한창 논란이 되었던
촉탁소년법에 대한 불합리함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 미성년이라 해서 만 열 넷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죄를 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책은 작지만 많은 사연과 문제를 담은 소설이다. 어린시절 담았던 기억들을 끄집어낸 소설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아팠다. 차라리 허구였더라면 덜 가슴아프지 않았을까. 문제는 여전히 세상은 상처입은 외계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세상이 변해야 온전한 지구인끼리 어울려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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