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 - 반죽하지 않고 집에서 손쉽게!
아오키 유카리 지음, 최선아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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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 아오키 유카리, 시원북스


내가 어렸을 때는 70~80년대 쌀이 부족할 때여서 국가에서 밀가루 소비를 장려하던 시기였다. 엄마는 홈베이킹을 배워와서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 주셨다. 식빵, 도너츠, 롤레이크, 찐빵, 그리고 생일케이크까지 직접 구워서 데코레이션까지 멋지게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자녀들이 나중에 커서 외국생활을 할 수도 있는데 된장과 김치만 찾게 되면 안된다는 신념의 엄마 덕분에, 어릴 적부터 홈메이드 빵을 마음껏 먹었고, 외국여행 시 필수품이라는 햇반, 김치, 라면을 챙겨가지 않는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제빵기로 건강한 빵을 만들어 먹거나 냉동 생지를 오븐에 구워 먹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제대로 된 베이킹을 해 보고 싶어 책도 사고, 도구들도 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베이킹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완전히 접어두었다. 처음 '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을 때, 과연 5분 만에 집에서 빵만들기가 가능할까 궁금했다. 베이킹이라 하면 재료를 계량하고, 반죽을 휴지하고, 굽는 과정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베이킹 레시피를 보면서 나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다.




이 책은 홈메이드 빵만들기를 해 보고 싶으나, 어렵고 복잡한 베이킹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 뿐 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제대로 된 베이킹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초보자도 손쉽게 베이킹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베이킹 과정이 단계별로 사진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사진을 보면서 베이킨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니, 나도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이게 과연 빵이 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막상 만들어 보니 빵이 된다는 게 신기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은 재료 구성이었다. 많은 재료와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밀가루, 달걀, 우유, 버터 정도만 있어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빵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초보자들이 범할 수 있는 실수들을 실패 방지 팁이 작은 박스 형태로 꼼꼼히 챙겨 정리해 놓았다. 이 책에 소개된 재료와 방법이 간단하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책에 나와 있는 조언들을 무시한채 머그케이크를 만들었다.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 과열로 터지는 걸 막으려면 반죽 양을 컵의 1/2 정도로 넣으라고 했는데, 반죽을 좀 과하게 넣었다.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동안 반죽이 넘쳐 흘러 전자레인지가 난리가 났다. 엉망이 된 전자레인지를 닦으며 전문가가 누구가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베이킹 레시피를 제공한 것이니 전문가의 경험과 조언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의 저자가 요리전문가이자 푸드 사이언티스트임을 간과했던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체 재료 안내 부분이었다. 사실 베이킹은 특정 재료가 없으면 레시피 자체가 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밀가루가 없을 때 대체 방법이나, 버터 대신 오일을 사용하건, 설탕을 좀 줄이고 싶을 때,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사용하는 등등 사용자가 레시피를 바꾸고 싶을 때 어떻게 대체하거나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 좋을지 활용 가능한 팁들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건강한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이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베이킹은 과학이고,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비록 전문가처럼 완벽하고 제대로 된 베이킹을 만들 수는 없을지라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베이킹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베이킹을 처음 접하는 분, 시간이 부족해서 간단한 간식을 만들고 싶은 분, 또는 부담 없이 디저트를 즐기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이 '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이지만 5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맛있는 빵이나 디저트 외에도 작고 확실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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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브레이크, 자율신경을 잡아라 - 오늘부터 건강수명을 되찾는 ‘자율신경 리셋 습관’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배영진 옮김 / 전나무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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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노화 브레이크 자율신경을 잡아라,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전나무숲


기대수명이 늘어났으니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건 인간의 소망이다. "병들지 않으면 건강한 상태인가?"라는 머리에 쓰여진 글을 읽으며 멍해졌다. 너무너무 피곤했고, 체중이 심하게 빠졌고, 잠을 못자고, 그러다 친구병원에 가서 온 몸을 스캔했더니 암이었다. 10년 전의 일이다. 사실 나는 계속 썩 개운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살고 있다. 크고 작은 병이 있긴했지만,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살아왔다. 내가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져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할지 모른채 그냥 살고 있다. 나는 내 건강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나? 나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고 싶었다.


잠을 잘 못 잔 날 아침에 서두르다 허겁지겁 출근하면 컵에 든 커피를 쏟거나 뭘 흘리거나 심지어 넘어지기도 한다. 황급히 준비하다보면 꼭 사고를 친다. 아침에 10~20분의 여유만 있어도 그러지 않을텐데 늘 아침은 바쁘기 마련이다. 시간에 쫓기거나 마음이 초조하기만 해도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호흡이 얕아지고 혈류가 나빠져 뇌의 활동이 저하되고, 사고력과 판단력이 흐트러 진다고 한다. 반대로 아침에 여유를 가지면 교감신경이 무리없이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의 작용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30분 일찍 기상하는 습관을 추천한다.


운동을 아침에 하는 것이 좋을까 저녁에 하는 것이 좋을까 의견이 다양하다. 아침은 교감신경이 급격히 활성화되는 시간대이며, 혈관이 수축되고 근육이 단단해진다고 한다. 근육이 굳어져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무릎이나 허리 등 관절에 부담이 가고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게다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조깅, 산책, 걷기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해도 몸이 쉽게 피로해진다. 특히 고령자는 심장에 대한 부담감이 증가하는데, 실제로 심근경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가 아침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운동은 저녁 식사 후에 할 것을 권장한다. '아침의 한 시간은 밤의 세 시간과 맞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것보다 머리를 쓰는 활동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뇌를 단련하는 활동을 추천한다. 머리가 맑고 집중력이 높은 아침에는 기억력 증진효과를 누릴 수 있는 책읽기, 글쓰기, 새로운 언어나 기술 익히기가 적합하다고 하니, 아침에 조금 더 여유있게 일어나서 요즘 관심있는 것들을 공부해 봐야겠다.




저자가 추천하는 자율신경 균형의 핵심은 "천천히"이다. 천천히 행동하기, 천천히 호흡하기, 천천히 먹기, 그리고 천천히 이야기하기이다. 천천히 말하는 것은 제대로 호흡하면서 대화하기를 의미한다고 한다. 나처럼 성격급한 사람들은 말도 빠르게 한다. 말을 빠르게 하면 호흡이 얕아지고 빨라지면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기운있게 강하게 말이 잘 나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류가 정체된다고 한다. 말을 빨리 하다보면 실언이나 공격적인 말투가 나오기 쉽고, 듣는 사람의 자율신경까지도 긴장하게 만든다고 한다. 천천히 제대로 호흡하면서 말하면, 산소가 충분히 흡수된 질 좋은 혈액이 심장에서부터 장기를 돌아 온몸 구석구석 순환되며, 뇌세포도 활성화되고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고 하니,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말하며 호흡에 집중해 보아야겠다.


건강관련 책이나 전문서적, 논문을 읽으면서 내가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어졌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해야좋을지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활습관을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자율신경연구 1인자인 고바야시 히로유키의 30년 임상경험을 고스란히 담았으니, 건강수명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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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해부 개념
켄 애시웰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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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공부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 Ken Ashwell, 윌북


약 30년 전, 대학교 때 생리학을 배웠다. 의대생들이 주로 본다는 전공서적은 영어가 난무했다. 임상영양학을 공부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알야할 부분이 인체 생리학이다. 옛날에 내가 배운 책은 비싸기만 하고 올 흑백에 참 재미없었다. 살면서도 계속 궁금한 것이 인체의 신비인지라, 아마존 베트스셀러라는 데 꽂혀서 재미없었던 생리학을 다시 공부해 보고 싶었다.


일단 이 책은 컬러풀하고, 그림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이 책은 책표지와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도록 텍스트보다는 그림으로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시리즈이다. 그러다 보니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임팩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비록 전공자가 아니어도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를 해보자는 취지로 일반인들고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니, 어려운 용어나 영어를 차치하고, 의학의 문턱을 낮춘 책이다. 왜 우리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 모든 근육이 똑같이 생기지 않았을까? 등등 짧고 간단한 텍스트 속에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들이 정말 쉽게 섦명되어 있다. 뼈에 붙어있는 가로무늬 근육은 현미경으로 봤을 때 수축을 일으키는 단백질(액틴과 미오신)이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줄무늬가 보이지만, 민무늬근육은 수축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지 않아 무늬가 없다. 평활근(smooth muscel)이고 배웠던 어려운 용어가 민무늬근로 되어 있어서 그 뜻을 유추하기가 좀 더 쉽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목 부상을 잘 입는 이유는 척추에서 목 부분이 가장 작하고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토바이 사고에서 목 부상은 아주 위험하며, 응급처치 시에 목을 고정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는 깨알같은 설명도 해 놓았다.




이 책은 전공서적이 아니니 용어들이 영어와 병행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첫 챕터를 펴는 순간 용어의 상이함에 당황했다. '말이집'은 유추조차도 안되는 용어였다. 옛날에는 미엘린(myelin)이라고 배웠는데 지금을 말이집인가 보다. 현직 대학교수로 있는 후배들에게 내가 공부한 부분을 사진찍어 보내고, 요즘 책들은 용어가 달라 못읽겠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말이집은 처음 들어 본단다. 뭐지? 저자가 Ken Ashwell이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면 영어로 이 책을 썼을텐데, 번역한 분도 서울대 과학사 석사를 받은 분이고,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로 일했던 분이라 번역의 오류가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러고보니 아들이 화학 원소주기율표를 외우는데 내가 알고 있는 거랑 달랐다. 영어의 한글표기법이 달라진 거다. 이 책은 모든 내용이 오직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서, 내가 알고 있는 그게 맞나 싶어 네이버 검색을 해 봐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옛날사람이라 그런 걸 어쩌랴.


문장이 길지 않으면서도 자세히 설명해서 인체에 대한 궁금증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해 놓았다. 각 장마다 특정 주제와 증상을 중심으로 인체를 해부하여 설명하고, 생리적 메카니즘과 증상발생, 진단과 치료까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 태어난 김에 의학을 맛뵈기라도 공부해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장 한장 공부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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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에서 잔까지 - 차의 마음을 담은 소수민족의 땅, 중국 귀주성 차 기행
이은주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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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 지원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잎에서 잔까지(중국 귀주성 차 기행), 산우 이은주 지음, 대경북스


이 책의 저자 산우 이은주님은 차를 직접 덖고 제조하며 카페까지 하는 분이다. 차를 좋아하는 마음이 이 책에 가득 담겨져 있다. '귀주성'이라는 곳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본 지명이다. 저자는 이곳을 차의 마음을 담은 소수민족의 땅이라고 소개했는데, 높은 해발고도, 석회암 토양의 미네랄, 낮과 밤의 온도차, 공기 중의 습도 등등이 차 한 잔에 다 녹아서 차의 맛과 향, 후운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이 책에는 찻잎이 자라, 덖고 말리고, 숙성하는 자연과 사람의 시간과 차를 비로소 마시며 사유하는 모습까지 다 담겨져 있다. 차를 준비해서 마시는 과정은 인스턴트커피나 티백으로 나온 차에 비하면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기를 정성껏 준비해서 차를 마시는 일련의 과정까지도 차를 마시는 것에 포함시킨다. 핸드드립커피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편안함과 비슷하려나?


전문적인 차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차를 사랑하는 사람이 직접 머나먼 중국 귀주성을 기행한 에세이로 읽어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드넓은 차 밭에서 어린 찻잎을 따는 모습을 머리속에 상상하는데도 뭔가 평온하고 잔잔함이 느껴졌다. 한 잎 한 잎 손으로 일일히 어린 잎만 골라 따는 일이 지루한 반복일지도 모르겠지만, 단순 노동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듯이 나와 자연만 보이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딴 찾 잎을 덖고, 발효하고, 건조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통해 드디어 차가 만들어 진다. 느리지만 천천히 자라나는 찻잎이 이렇게 좋은 향과 맛을 줄지 상상이나 했을까? 빠른 성장과 속도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다.


나의 삶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바라보며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을까? 때론 초록색 풀도 보고, 파란 하늘도 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인간과 자연은 지배와 착취의 관계가 아니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고급스러운 책 표지의 재질마저도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성격급하고 일에 치여 사는 나에게 조용하게 차 한잔 하는 시간이 절실하다. 홀로 조용히 차를 마시며 사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차가 주는 행복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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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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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쌤앤파커스


나는 다정한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웃어 주며 잘해주었더니 호구 취급하더라. 나의 다정함에 비해 상대방의 무심함에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상처가 반복되고 깊어지자, 동료와 친구를 구분하고 적당히 선을 긋고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힘든데 어떻게 다정할 수 있을까?



저자를 알게된 건 유퀴즈였다. 유튜브에서 편집된 내용 일부만 보았는데, 영국 공인 인지행동 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이라고 했다. 얼굴은 한 없이 밝았고 우아해 보였으며, 어두운 건 못보고 양지에서 그늘없이 잘자란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방송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기에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다정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다.


살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이 없는 일에 휘말리거나 말도 안되는 상황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열두살 때 어이없는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친구와 친해졌다는 이유로 친구였던 아이와 주변인들에 의해서다. 십 대 때 경험한 한 번의 상처가 20대까지도 이어져 우울증과 반복을 널뛰기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그 때 저자를 구원해 준 것은 자신 안에 숨어 있던 다정함이라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30년도 더 된 기억 하나가 떠 올랐다. 대학교 입학하고 강의실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토플책을 구입한 적이 있다. 약속했던 강의도 열어주지 않았고, 받은 책은 조악했다. 90년대 흔했던 사기였다. 왜 학교와 과사무실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확인도 하지 않고 강의실로 들여보내는 것일까? 부모님께 얘기했는데, 왜 그런 일을 당했냐고 오히려 혼이 났다. 20년 내 인생에서 그런 사기꾼은 처음 봤다. 가해자가 나쁜 것이지 피해자가 나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기를 당한 내가 멍청한 사람이고, 내가 그런 상황을 겪었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고 짜증났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 다짐하며, 혼자 애쓰면 살았다.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어른이 없더라도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적어도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게다가 우리는 울음을 참아야하고,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 교육받고 살아서 내 감정을 들여다 보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살아왔다.

저자는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꼭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한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누가 감히 가해자를 용서해야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오히려 위로해 준다. 심지어 그들과 화해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 사람을 용서해야 내가 편해진다고 가르치는데, 반대의 말이라 흠칫 놀랐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만은 용서해야 하며, 그런 일을 막지 못한 자기 자신을 부정하거나 혐오해서는 안된다고 덧 붙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을 위한 아낌없는 다정함(compassionate-self) 임을 강조한다.


인간은 소통과 상호작용하는 걸 좋아한다.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으면 견디지 못한다. 미국의 ADX플로렌스 교도소는 모두 독방이고, 위생적이고, 최고의 보안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깨끗한 지옥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 곳에는 테러 조직이나 갱단 두목, 사이비 교주, 연쇄살인범, 아동 성범죄자들이 수감되는데, 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여 다른 재소자는 물론 교도관도 일절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고립감, 외로움이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한번 들어오면 살아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을 위해 설계된 사회적 사형 집행을 하는 교도소인 것이다. 악플보다 더 나쁜게 무플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면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지인에게 서운한 감정이 든 적이 있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했던 것 같다. 저자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해 답답하고 외로울 때도 있지만, 심지어 나 자신의 마음조차 헷갈릴 때나 착각할 때가 있으니, 이런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내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듯이 이 세상에서 온전히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니 한결 덜 답답하고 덜 외롭게 느껴진다.

내가 싫어하는 유형 중 하나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다. 나랑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말에 약간 놀랐다. 말이 안통한다는 사람은 내 말은 안듣고 자기 말만 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이해가 되었다. 다정하면서도 소통이 일방적이지 않도록 단호하게 적절한 거절과 비판을 선을 지켜야 공감피로(empathy fatigue)를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적절한 리액션으로 다정함을 보이고, 지조비평(지적하기, 조언하기, 비판하기, 평가하기)는 덜어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해 본다.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히고 얼어버리는 상황이 있다. 한참 지나서야 그때 내가 왜 아무런 댓구를 못했는지 분하기도 하고, 잘 대처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저자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으로 배우고 경험해 보지 못가거나, 감정이 마구 날뀌어서 인지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반응(투쟁, 도피, 경직)이 먼저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게 중심을 잘 잡으려면, 일단 멈추고(stop) 3초 내지 10초를 세면서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내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인지하고(Notice) 이런 반응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대응(Respond)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단해지고, 감정을 느끼고 행동으로 실행하는 경험적 지식이 변화를 가져온다고 하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야겠다.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다면 이제 급발진하는 대신 브레이크를 밟고 날뛰는 감정을 다스려야겠다. 흥분한 상태에서 쏟아낸 말들로 인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던 상황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나 역시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을 혼동해왔다. 화가 나는 것은 감정이고, 화를 내는 것은 행동이다. 참고 참다가 견디지 못해 폭발해 버리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은 화를 내거나 참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제 3의 선택지가 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말하듯이 화가 난다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내적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뉘앙스나 표정 이런 건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하면 더 큰 싸움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까.


다정함이 우리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는데, 나를 의도적으로 괴롭히거나 이용하려는 게 뻔히 보이는 상대방에게도 다정하고 싶지 않았다. 다정함으로 일관하다 자칫하면 호구가 되는 세상이므로 저자는 '다정하되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정함을 만만함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저자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공정함이나 정의의 잣대가 다를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타인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하고 분노와 혐오를 쏟아내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같은 기준으로 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저자는 관계의 중심은 언제나 '나'여야 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은 다정한 시선으로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 보는 알아차림에서 시작된다고 하니, 나에게 다정하고 나를 먼저 들여다 보아야겠다. 우울과 불안함 속에서 저자를 구원해 준 것이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 안에 숨어 있던 다정함이었듯이,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내 마음을 들어줄 사람은 내 옆에 영원히 있어줄 사람은 바로 나 자신 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중요한 사실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지,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다정한 마음과 믿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 저자의 말처럼 툭툭 버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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