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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함께 있어도 외로울까 - 관계에 휘둘리는 당신에게
황규진 지음 / 북스고 / 2026년 2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왜 함께 있어도 외로울까, 황규진 지음, 북스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는 하지만, 성인이 되었다면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어쩌면 남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 책은 연인, 부부,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착한 아이 컴플레스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뜻대로 조정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남녀 관계에 대한 책이 아니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어 온 관계의 본질에 대해 재조명한 책이다.
가스라이팅에 대한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너무 예민하다'고 치부하며 좀 쉬라고 하거나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이 책에서도 간과하기 쉽고, 어쩌면 그런 상황이 아닐수도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부터 건드리며 시적한다. 연인에게 “이번 주말에 뭐 할까?”라고 물었을 때 “당신 하고 싶은 거 하자”라는 말은 겉으로는 배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 일을 털어놓았을 때 공감 대신 해결책이나 훈계가 돌아오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라는 생각을 한다. 자기 자신부터 의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감정이 결코 과민한 반응이 아니라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내면의 신호라고 말한다.
이 책이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 covert narcissist )’라는 것이었다. 이 유형의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이타적이고 겸손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강한 결핍과 공허함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끊임없이 감정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중요한 결정에서 배제되거나, 자신의 감정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관계는 점점 일방적인 관계로 변한다.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 어쩌면 아주 서서히 교묘하게 가스라이팅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스갯소리로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연인 혹은 부부,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상대가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관계를 유지한다. 저자는 바로 그 기대가 관계를 지속시키는 가장 큰 이유이며, 상대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관계를 붙잡는 심리적 고리가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소진을 낳는다고 말한다.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구원자 환상이다. 역시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닌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스스로의 문제로 돌리며 언젠가는 변할거라 믿으며, 참고 견딘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어왔던 관계의 모습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사랑과 집착, 배려와 통제의 경계를 차분히 짚어 준다. 함께 있어도 외롭지 않으려면 내 감정의 주인이 되고, 관계에서 단호한 경계를 세우고, 감정적 반응은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 속에서 이유 없이 외롭다고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감정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