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15 대사 다이어트 - 요요 없는 비만 해결
윤복근 지음 / 성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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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8515 대사 다이어트, 윤복근 지음, 성안당

여자들은 평생 다이어트를 한다고 한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 다이어트하면 체중을 감량시키기 위해 운동하고, 적게 먹는 것어 저장되는 지방을 줄여 살을 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나이들수록 체중이 잘 안빠지는 이유가 대사, 순환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윤복근 교수님은 한국 최고의 마이크로바이옴 권위자로, 장건강과 다이어트에 관한 내용으로 연구하고, 책을 내고, TV 강연을 하고 있는 분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책 제목인 <8515 대사 다이어트>에 다 들어 있다. 저자는 우리 몸이 음성 피드백 원리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며, 체중조절 대사 시스템과 체중 기본 설정값이 이미 셋팅되어 있기 때문에 무너진 대사기능을 회복 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사기능을 회복하여 지방을 잘 사용하는 몸으로 대사를 바꾸고, 85:15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면 요요 없는 온전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다이어트와 관련된 어떤 책보다도 학술적이고 체계적이다. 우선 '체중조절 대사 시스템'과 관련된 항상성, 소화 대사, 식욕조절 대사, 에너지 사용 대사, 체지방 대사, 호르몬 대사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대사 다이어트의 장애요인인 부신피로증후군, 저체온증후군, 지방축적효소, 에스트로겐우세증후군, 인슐린 저항, 렙틴 저항,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장내 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한 과민대장증후군, 장누수증후군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대사 다이어트로 비만을 해결하는 방법과 대사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와 체중조절 대사 시스템 회복을 위한 10가지 습관을 알려준다. 10가지 습관들은 간단하지만 꼭 실천해야할 이유들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동에 대한 내용은 한 페이지만 핵심을 담고 있다. 5분 걷고 1분 강력하게 운동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은 고강도와 저강도를 병행하여,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증가시켜 세포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체력과 지구력을 증진시키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인터벌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잘 설명하고 있다. 고강도 무산소 운동에서는 피로물질인 젖산이 일시적으로 많이 생성되는데, 젖산이 너무 많이 쌓이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이 감소하게 된다. 즉 인터벌 트레이닝으르 하면 고강도 운동으로 젖산이 많이 생성되려는 시점에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바꿔주어 젖산이 덜 쌓이고 몸속 산소량은 늘어나 산소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게 되고,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드닌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지방연소에도 효과적이게 된다. 잠이 부족하면 살이 찌게 되는데, 이는 수면시간이 호르몬 분비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잠을 적게 자면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이 감소하고 식욕을 증가시키는 그렐린이 증가한다. 또 잠을 적게 자면 신진대사가 저하되고 뇌는 지방과 당 섭취가 더 필요하게 된다. 그러니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 책은 중요한 내용들을 일러스트로 보여주어서 그림을 보며 이해할 수 있고, 매 장마다 중요한 내용을 요약한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에 실린 참고문헌을 보니 수많은 논문을 인용하여 과학적인 뒷받침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보다 완벽한 다이어트 총서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을 '대사 다이어트의 최신지견'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유명한 오래된 서양 속담 중에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You are what you eat.)는 말이 있다. 내가 어떻게 먹느냐가 나의 몸상태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하지만 다이어트 할 때 좋아하는 음식을 줄이거나 고탄수화물과 고지방식을 제한해야 한다는 걸 너무 신경쓰다보면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이 분비외더 혈당을 올리고, 인슐린이 분비되어 체지방이 축적되고 혈당이 낮아지게 되면서 더 많은 탄수화물을 갈망하게 되어 오히려 체중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조절해가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운동도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만 어려운 것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 아닐까? 다이어트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평생해야하는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를 요요없이 잘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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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호르몬 - 비만과의 전쟁에서 발견한 질병 해방과 노화 종말의 서막
조영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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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슈퍼 호르몬, 조영민 제음, 21세기북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비만을 질병이라고 분류했다. 체중을 14kg 감량한 일론 머스크에게 다이어트 비법을 묻자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Wegovy)"라고 대답했고, 카다시안 패밀리로 유명한 모델이자 셀럽인 킴 카다시안은 마를린 먼로의 옷을 입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아 한 달만에 7kg을 감량했다. 위고비, 삭센다 같은 비만치료제가 각광받는 걸 보면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영민교수님은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로 당뇨와 대사성질환이 있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비만치료제로 유명한 '위고비(Wegovy)'의 핵심인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연구하고 있는 분이다. 이 책은 28년간의 임상경험과 연구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다.

유튜브를 비롯한 매체에서 당뇨병 치료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비만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위고비는 원래 당뇨치료제였다.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를 이끈 데이비스 싱클레어 박사의 <노화의 종말>는 NMN 보조제와 당뇨병 치료제 메포민(Metformin), 레스베라트롤의 섭취가 노화에 도움이 됨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상담없이 무분별하게 전문약인 메포민의 섭취는 지향해야 한다. 실제로, 의약품의 오남용으로 오히려 더 노화가 촉진된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위고비(Wegovy)는 세계를 움직이는 슈퍼 호르몬의 상품명이다. 위고비의 성분인 GLP-1이 어떻게 식욕을 조절하고 체중을 조절하는지는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었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GLP-1이라 불리는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ucagon-like piptide-1)와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가 있다. GLP-1은 주로 장에서 분비되는데, 당합성, 인슐린 합성과 분비, 세포 사멸기전을 조절한다. 네이쳐에 게재된 서울대 최형진교수님 연구팀은,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가 음식이 앞에 있다는 인지만으로도 이미 포만감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GLP-1의 기전을 설명하면서 옛날이야기로 전해내려오는 자린고비 이야기를 예로 들었는데, 정말 탁월한 설명이었다. GLP-1을 복용하면 음식을 먹지 않고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생겨 음식 섭취를 중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포만감을 느끼니 음식섭취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체중도 조절이 가능해진다. 자린고비가 굴비를 매달아 놓고 굴비를 먹는 상상을 하며 밥을 먹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비만이나 비만치료제를 넘어 장호르몬이 어떻게 대사와 건강을 조절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요즘 떠오르른 저속노화와 장내 유익세균까지 다루고 있다. 건강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은 호르몬, 장 근육과 신경, 장내세균이기 때문에 내 안의 작은 우주인 위장관이 몸과 마음을 되살리는 핵심이 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뇌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형 당뇨가 있는 경우 알츠하이머에 걸린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신경세포에서 인슐린의 신호전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는 GLP-1 유사체인 리라글루타이드를 섭취한 환자들을 4.3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치매발병 위험률이 낮아짐을 확인하였다. 게다가 GLP-1/GIP 수용체에 대한 이중작용제인 터제파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들의 체중이 20% 감소되면서 수면무호흡증을 절반이하로 개선한 연구도 있었다.

그렇다고 위고비를 맞으라는 건 아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GLP-1나 GIP의 분비를 촉진하는 똑똑하 식사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다이어트 방법으로 흔히 잘 아는 것처럼,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전에 채소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과 생선, 육류 같은 단백질과 지방을 함유한 음식을 먼저 섭취한다. 이런 식사법은 GLP-1나 GIP의 분비를 증가시켜 식욕을 억제할 수 있다. 게다가 혈당 스피이크를 낮추어 식후 혈당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프리바이오틱스 섭취를 통해 장내 미생물무리(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하면 GLP-1, PYY의 분비가 향상 된다. 미생물 대사산물로 생긴 단쇄지방산인 프로피온산(propionate)은 지방세포에서 렙틴 방출을 유도하여 시상하부의 식욕억제 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상식으로 알고 있던 내용들이나 그럴 가능성이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일반인이 읽기에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심플하다.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을 적절한 일러스트와 비유를 제시해서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발견한 슈퍼 호르몬이 질병을 이기고, 노화종말의 서막이 되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노화를 지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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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싫다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김민화 외 옮김 / 보더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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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싫다, 다자이 오사무 외 10인, 김민화 • 박승하 편역, 보더북

제목부터 묘한 이끌림이 있었던 <술이 싫다>는 다자이 오사무를 비롯하여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1명의 작품 18개를 싣고 있다. 모든 내용은 술과 관련이 되어 있다. 술에 대한 이야기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아이러니하게, 때로는 매우 독특한 느낌의 에세이, 소설, 시의 형식으로 실려 있다.

이 책 처음에 실려 있는 글 <술이 싫다>의 주인공은 술을 좋아하지만 집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술이 싫고, 그 냄새와 기운이 싫어서 생기는 족족 먹어 없앤다. 술을 없애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술을 마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또 술을 가져와 술이 남는다. 그러면 또 술을 마셔 없애기 위해 또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술은 나쁜거니 먹어 없애야한다는 애주가의 변론처럼, 이 글의 주인공도 그렇다.

<금주의 마음>은 술을 끊기 위해 매번 결심을 하지만 쉽사리 금주하지 못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옛날에는 술로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하지만, 요즘 술은 사람을 너무나도 비굴하게 만들고 정신을 천박하게 만든다고 단언하며, 장래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수을 끊어야한다고 다짐한다. 인간의 의지가 이렇게 나약한 것일까?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작품 <술이 싫다>와 <금주의 마음>은 자전적 소설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처럼 느껴졌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자랐지만,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과 부모님께 사랑받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자랐고, 결혼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지만,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폐질환이 악화되자 <인간실격>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동반자살을 했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글에서 편안한 느낌보다는 뭔가 우울하고 암울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그의 삶이 투영되어서 였을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술 벌레>도 매우 독특한 느낌이었다. 흔히 말하는 말술을 먹어도 전혀 취하지 않는 주인공이 외국인 스님의 말을 듣고 몸에 있는 술 벌레를 꺼낸다는 이야기이다. 술 벌레를 꺼낸 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주인공은 결국 죽게 된다. 술 벌레가 주인공이었을까? 술이 주인공 인생의 전부였을까? 짧은 글이었지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주인공이 죽은 이유에 대해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되면 인생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흔히 말하는 건강한 습관을 가지고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할지라도 억지로 참고 견디며 사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사가구치 안고는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술을 마시고 취하면 잠시라도 세상사 고뇌를 잊을 수도 있으니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게 맞는 말이긴 하다. 술 마시고 취해 있을 때에는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술이 깨면서 나타나는 숙취와 고통은 오래간다. 뭐든 댓가는 있는 법이니...

이 책의 묘미는 동시대를 살았던 문인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거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의 글에 등장하기도 한다. 사가구치 안고의 <술에 따라오는 것들>에는 <밤 하늘과 술집>과 <술은 누구든 취하게 만든다>를 쓴 나카하라 주야가 나온다. 나카하라 주야는 술 버릇이 매우 나빠서 취하면 싸움을 걸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를 피했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스승인 이부세 마스지는 나카하라와의 교제를 피하라는 충고까지 했단다. 하지만 <술에 대하여>를 쓴 하기와라 사쿠타로는 나카하라 주야를 그렇게 고독하게 만든 것에는 주변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각성제와 수면제 중독에 의한 정신착란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고, 지방 취재에서 돌아온 후 자택에서 뇌일혈로 급사했다고 한다.

이 책의 작가들은 하나같이 고뇌하며 방황하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인생이 쓰면 술이 달다고 한다. 술이 싫다고 하지만 술과 함께 했던 작가들의 인생은 쓰고 괴롭고, 고독했기에 술이 달게 느껴졌을 것 같다. 미즈모리 가메노스케의 <술이 생각날 무렵>의 한 구절처럼, 가슴 속에 근심이 있을 대 별것 아닌 것으로 웃을 수 있는 건 술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술은 커피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도 하는 기호식품이지만, 분명 커피와는 다른 뭔가가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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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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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Wise sayings of best sellers), 김태현 지음, 리텍콘텐츠

인문학자이자 지식 큐레이터 김태현님의 신작이 나왔다. 지식 큐레이터라는 용어는 이 분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저자는 저자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에서 명문장을 골라 분류하고 책으로 펴 냈다. <백 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파스칼 인생공부>를 감동깊게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걸 필사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드디어 필사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그래서 <백년의 질문, 베스트 셀러 필사노트> 또한 기대가 많이 되었다. 책을 읽는 것과 필사는 또 다르다. 요즘처럼 손글씨를 쓸 일이 잘 없는 때에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쓰는 것은 또다른 묘미가 있다. 책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택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물건을 사 놓고 택배를 기다리는 것보다 책이 오기를 더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싶다.

금요일 퇴근해서 집에오니 책이 와 있다.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Wise sayings of best sellers).

책을 보자마자 읽으면서 쓰고 싶어 졌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책상에 앉았다.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는 크게 14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 더 느리게 걸으며 나를 돌아보는 것 부터 시작한다. 한상욱 님의 <걱정이 많아서 걱정인 당신에게>, 루이스 L. 헤이 님의 <치유>, 야마구치 세이코 님의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를 필사하며 뭔가 마음이 안정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더 부르르 떨 것도 없고 화내기도 지쳤다.

안보고 살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내 마음속의 미움을 내려놓는 일이란다.

결코 용서하기 싫지만

남은 내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니까

나를 위해서 용서라는 걸 해야한다니!

아직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만

언젠가는 내가 더 힘들어지지 않기 위해

용서해야겠지.



만년필로 썼더니 책 뒷장에 잉크자국이 남아 연필로 바꿔가며 필사를 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평안함을 찾는 훈련을 하며, 나의 민낯을 바라보고, 매 순간 보물을 찾아내며, 때론 쉬어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건데, 뭐그리 아등바등 거리며, 남을 미워하며, 남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을까?

나는 책을 읽은 후 느낌을 서평으로 남기는데, 필사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읽었던 책도 나왔는데, 그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나 싶어 책장에서 읽었던 책을 꺼내 찾아보기도 했다. 여러 책을 주제별로 묶어 놓으니 이런 맛이 있구나 싶다.

한자 한자 써내려 가며 읽고 또 읽었다. 마음에 새기고 싶었다.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책 속의 한 줄 글들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필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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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 자, 오늘은 뭘 먹어 볼까?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아베 미치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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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시원북스

이 책은 10년 넘게 <고독한 미식가>를 촬영하면서 수많은 맛집을 다녀 본 고로상 역의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음식에 대한 기억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배우님은 최근에 <고독한 미식가 더무비> 개봉을 앞두고 우리나라를 찾았고, 여러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고로상은 올백의 전형적인 회사원 아저씨 같은 모습이지만, 1963년 생 마츠시게 유타카 님은 백발을 자연스럽게 가르마를 타서 옆으로 넘기고, 무심한 듯 편안하게 입은 옷은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여 60대 초반 꽃중년 느낌이 든다. 게다가 입담과 재치도 좋고, 유쾌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센스 넘치는 분이었다. 그런 모습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첫 번째 안주 시금치부터 빵 터졌다. 에세이 집을 내기로 한 매거진하우스 명함 뒷면에 잡지명 'POPEYE'가 적힌 걸 보고 애니메이션 <뽀빠이> 생각이 났고, 뽀빠이를 묘사한 부분은 꽤 재미있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시금치 통조림을 먹는 뽀빠이는 위기의 순간마다 맨손으로 시금치 통조림을 터뜨려 한 입에 털어 넣는다. 무시무시한 악력을 지녔는데, 굳이 시금치를 먹지 않아도 악당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다더니, 거대하게 발달한 아래팔 근육에 비해 가늘기 짝이 없는 윗팔에 눈에 거슬린다며 대체 어떤 헬스클럽을 다녔는지 모르겠다며 운동 기구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그러다 시금치를 과다 섭취하면 옥살산 성분이 신장 결석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니 소송채로 할까? 미국에도 소송채가 있나? 등등 이야기는 의식의 흐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역시 배우라 상상력이 풍부한 걸까?

그리고 다음 장에 시금치 요리가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다. '버터에 살짝 볶은 시금치에 달걀 프라이를 올리고, 간장을 뿌린 다음, 반숙 노른자를 터뜨려 먹는다'며 먹는 방법까지 쓰여져 있다.




성시경과 찍은 유튜브 영상에서도 성식영이라 불릴만큼 맛잘알인 그이지만, 마츠시게 유타카가 어떻게 먹는지 기다렸다가 먹곤 한다. 식재료의 특징은 물론이고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따라해 보고 싶어 지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소개들로 가득하다.
'닭 껍질 폰즈'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내장이나 닭 껍질은 지방이 아니고 콜라겐이라 우기며 죄책감을 줄인다'라고 쓰여 있다. 사람은 깊이 감동하거나 극심한 공포에 휩싸일 때, 피부에 닭살이 돋는다며, 닭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닭 껍질'이 먹고 싶다며, 닭 껍질 꼬치에 이어 '닭 껍질 폰즈'라는 요리가 등장한다. 그에게 사연이나 히스토리 없는 음식은 없나 보다.

고급 슈퍼마켓에 가는 사람들은 지방이 많은 닭 껍질을 안 먹을테니 거기에는 닭 껍질이 늘 넉넉히 남아 있지만, 저렴한 슈퍼마켓은 닭 껍질을 노리는 고객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니, 닭 껍질은 고급 슈퍼마켓에서 사라는 깨알팁까지 방출한다. 이 사람 뭐지? 이런 깨알팁은 백종원이나 낼 수 있는 거 아닌가?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허기진 배와 영혼을 달래던 단순히 혼밥을 즐기는 미식가 고로상이 아니었다! 재료를 어떻게 손질해서 어떻게 요리해야하는지부터 어떻게 먹는지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웬만한 요리사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책을 읽는데 재료를 준비해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면이 머리 속에 영화처럼 그려진다. <고독한 미식가의 음식 노트>를 읽으면서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감사함은 물론 식재료에 대한 생각을 저자처럼 깊게 하지 못했던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음식에 대한 일각연이 있어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싶었는데,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대목도 있었다. 작년 겨울에 이바라키현에 가서 그동네 특산물 오미야게로 메밀소바를 사 온 적이 있다. 유명하다니까 사 오긴 했다. 소스까지 사와서 조리법대로 해서 먹었는데, 일본 사람들처럼 감탄하며 먹질 못했다. 일본인들은 맛있다는 의미로 면을 후후룩 거리며 먹거나 메밀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며 오이시를 연발하는데, 나는 우리나라 봉평메밀국수와 약간 다른가 하는 정도의 감흥 뿐이었다.

그런데, 저자 역시 소바의 맛을 잘 모른단다. 면을 장국에 살짝만 담가야 한다든가, 향이 어떻고 식감이 어떻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말에 괜히 미소가 지어지며 씩 웃었다. 메밀가루와 밀가루가 8:2로 섞은 면이든, 100% 메밀가루이든 메밀면이 아닌 소면이라 해도 눈치를 못챈단다. 천하의 고로상도 그렇구나!

이 책을 읽다보니, 일본에 또 가고 싶어 졌다. 마츠시게 유타카가 추천하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보는 식도락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의 미식가 노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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