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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 자, 오늘은 뭘 먹어 볼까?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아베 미치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시원북스
이 책은 10년 넘게 <고독한 미식가>를 촬영하면서 수많은 맛집을 다녀 본 고로상 역의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음식에 대한 기억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배우님은 최근에 <고독한 미식가 더무비> 개봉을 앞두고 우리나라를 찾았고, 여러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고로상은 올백의 전형적인 회사원 아저씨 같은 모습이지만, 1963년 생 마츠시게 유타카 님은 백발을 자연스럽게 가르마를 타서 옆으로 넘기고, 무심한 듯 편안하게 입은 옷은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여 60대 초반 꽃중년 느낌이 든다. 게다가 입담과 재치도 좋고, 유쾌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센스 넘치는 분이었다. 그런 모습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첫 번째 안주 시금치부터 빵 터졌다. 에세이 집을 내기로 한 매거진하우스 명함 뒷면에 잡지명 'POPEYE'가 적힌 걸 보고 애니메이션 <뽀빠이> 생각이 났고, 뽀빠이를 묘사한 부분은 꽤 재미있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시금치 통조림을 먹는 뽀빠이는 위기의 순간마다 맨손으로 시금치 통조림을 터뜨려 한 입에 털어 넣는다. 무시무시한 악력을 지녔는데, 굳이 시금치를 먹지 않아도 악당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다더니, 거대하게 발달한 아래팔 근육에 비해 가늘기 짝이 없는 윗팔에 눈에 거슬린다며 대체 어떤 헬스클럽을 다녔는지 모르겠다며 운동 기구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그러다 시금치를 과다 섭취하면 옥살산 성분이 신장 결석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니 소송채로 할까? 미국에도 소송채가 있나? 등등 이야기는 의식의 흐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역시 배우라 상상력이 풍부한 걸까?
그리고 다음 장에 시금치 요리가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다. '버터에 살짝 볶은 시금치에 달걀 프라이를 올리고, 간장을 뿌린 다음, 반숙 노른자를 터뜨려 먹는다'며 먹는 방법까지 쓰여져 있다.

성시경과 찍은 유튜브 영상에서도 성식영이라 불릴만큼 맛잘알인 그이지만, 마츠시게 유타카가 어떻게 먹는지 기다렸다가 먹곤 한다. 식재료의 특징은 물론이고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따라해 보고 싶어 지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소개들로 가득하다.
'닭 껍질 폰즈'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내장이나 닭 껍질은 지방이 아니고 콜라겐이라 우기며 죄책감을 줄인다'라고 쓰여 있다. 사람은 깊이 감동하거나 극심한 공포에 휩싸일 때, 피부에 닭살이 돋는다며, 닭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닭 껍질'이 먹고 싶다며, 닭 껍질 꼬치에 이어 '닭 껍질 폰즈'라는 요리가 등장한다. 그에게 사연이나 히스토리 없는 음식은 없나 보다.
고급 슈퍼마켓에 가는 사람들은 지방이 많은 닭 껍질을 안 먹을테니 거기에는 닭 껍질이 늘 넉넉히 남아 있지만, 저렴한 슈퍼마켓은 닭 껍질을 노리는 고객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니, 닭 껍질은 고급 슈퍼마켓에서 사라는 깨알팁까지 방출한다. 이 사람 뭐지? 이런 깨알팁은 백종원이나 낼 수 있는 거 아닌가?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허기진 배와 영혼을 달래던 단순히 혼밥을 즐기는 미식가 고로상이 아니었다! 재료를 어떻게 손질해서 어떻게 요리해야하는지부터 어떻게 먹는지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웬만한 요리사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책을 읽는데 재료를 준비해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면이 머리 속에 영화처럼 그려진다. <고독한 미식가의 음식 노트>를 읽으면서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감사함은 물론 식재료에 대한 생각을 저자처럼 깊게 하지 못했던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음식에 대한 일각연이 있어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싶었는데,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대목도 있었다. 작년 겨울에 이바라키현에 가서 그동네 특산물 오미야게로 메밀소바를 사 온 적이 있다. 유명하다니까 사 오긴 했다. 소스까지 사와서 조리법대로 해서 먹었는데, 일본 사람들처럼 감탄하며 먹질 못했다. 일본인들은 맛있다는 의미로 면을 후후룩 거리며 먹거나 메밀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며 오이시를 연발하는데, 나는 우리나라 봉평메밀국수와 약간 다른가 하는 정도의 감흥 뿐이었다.
그런데, 저자 역시 소바의 맛을 잘 모른단다. 면을 장국에 살짝만 담가야 한다든가, 향이 어떻고 식감이 어떻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말에 괜히 미소가 지어지며 씩 웃었다. 메밀가루와 밀가루가 8:2로 섞은 면이든, 100% 메밀가루이든 메밀면이 아닌 소면이라 해도 눈치를 못챈단다. 천하의 고로상도 그렇구나!
이 책을 읽다보니, 일본에 또 가고 싶어 졌다. 마츠시게 유타카가 추천하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보는 식도락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의 미식가 노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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